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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형가전서 손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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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소형가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급 가전이나 디지털 제품에 치중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포기한다는 경영전략의 하나다. 하지만 소형가전 전문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더 이상 사업을 하기 어렵게 됐다는 업계 일각의 지적도 있다.

◆ 비핵심 사업은 접는다=삼성전자는 비데.밥솥.가습기.유무선전화기 등을 제조하는 자회사인 '노비타'의 지분 전체를 305억원에 두산계열의 벤처캐피털인 네오플럭스캐피탈로 넘긴다고 18일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대기업으로서 소형가전 사업의 경쟁력 유지에 한계가 있어 이를 정리하고 디지털 가전 등 프리미엄급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측은 "비록 지분은 넘기지만 노비타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계약은 유지되기 때문에 당분간 삼성 브랜드의 제품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자레인지나 노트북 등의 생산라인도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생산공장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해 9월 밥솥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OEM방식으로 생산했던 선풍기 사업을 올해 초 완전히 접었다. 가습기와 청소기의 일부 모델은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창원의 전자레인지와 청소기 생산라인 일부를 중국의 톈진(天津)공장으로 이전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2002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오디오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시키는 등 비주력 사업을 정리했다.

◆ '다윗에 진 골리앗'=대기업들의 소형가전 사업 철수는 핵심 주력부문을 강화하려는 구조조정 작업의 하나지만, 소형가전 전문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린 탓도 크다. 전기압력밥솥의 경우 쿠쿠홈시스가 소비자들을 파고드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비데 시장에서도 방문판매 전략을 내세운 웅진코웨이는 시장점유율 56%(웅진코웨이측 집계)를 차지 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은 이들의 벽을 뚫지도 못하면서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OEM으로 생산하더라도 애프터서비스 등의 관리비용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상품의 구색을 갖추느라 수익성과는 별개로 소형가전 사업을 해왔지만, 이젠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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