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포르노 근절 공익(?) 바이러스 논란

중앙일보

입력

미국사회에서 가장 추잡한 범죄행위의 하나로꼽히고 있는 아동 포르노를 추방하려는 공익적 목적을 가진 의로운(?) 컴퓨터 바이러스가 출현해 성격규정을 놓고 논란이 일고있다.

1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VBS.Noped.a''로 불리는 신종 컴퓨터 바이러스는 e메일을 통해 전염되는 ''웜''형태로 감염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뒤져 아동 포르노로추정되는 파일이 발견되면 미연방수사국(FBI)이나 지방경찰 등의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지난 달 22일 처음으로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불법 아동포르노 근절을 위해 도웁시다''라는 제목을 단 e메일을 통해 유포되고 있으며 다른 웜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e메일을 여는 순간 감염이 된다.

또 감염된 컴퓨터의 e메일 주소록에 등재돼 있는 상대방에게 똑같은 e메일을 보내게 된다.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문제의 바이러스가 아직 크게 확산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컴퓨터를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판단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그러나 컴퓨터 파일 중 아동 포르노 파일을 정확히 가려낸다기보다는 아동 포르노로 추정되는 파일의 목록을 만들어 신고를 한다는 점 때문에 아동 포르노와 전혀 관련이 없는 엉뚱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바이러스가 합법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용의자의 컴퓨터 파일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잠재력을갖고있다.

미 법무부는 그러나 문제의 바이러스가 용의자의 컴퓨터 파일에서 아동 포르노를 찾아 신고한 것이 합법적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는 있지만 실제로 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타임스는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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