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서던힐스 "더 이상 어려울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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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US오픈골프대회는 예외없이 빠르고 단단한 그린과 깊고 거친 러프가 필수조건일 만큼 어려운 골프코스에서 열린다.

개최 코스를 선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마치 출전 선수들을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듯 어렵다고 소문난 코스만 골라서 난이도를 한껏 높일 것을 요구하기 일쑤. USGA는 US오픈에서 수십명의 선수가 언더파 스코어를 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올해 대회 장소로 선택받은 오클라호마 털사의 서던힐스골프장(파70. 6천973야드) 역시 엄청난 난이도로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35년 문을 연 서던힐스는 이미 58년과 77년 2차례 US오픈을 개최한 전력이 있지만 올해는 한층 더 까다로워져 난공불락의 요새로 변했다.

99년 누군가가 뿌린 화약약품 때문에 말라죽은 잔디 대신 새로 심은 벤트그래스로 무장한 그린은 유리판과같은 스피드를 갖췄다.

'실크 스카프의 표면 같다'는 표현이 나올만큼 경사가 미묘한 이곳 그린은 특히 홀 뒤쪽에서 내리막 퍼팅을 시도할 때는 아주 '위험하다'고 알려졌다.

서던힐스의 난이도는 특히 티샷을 페어웨이에 올리기가 어렵다는데서 두드러진다.

77년 당시보다 극단적으로 파4, 파5홀의 거리를 늘린데다 페어웨이 폭이 20야드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5번홀(파5)은 28야드나 늘어나 642야드로 US오픈 역사상 가장 긴 홀이 됐다.

어떤 선수도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려 이글 퍼팅을 시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USGA는 설명했다.

이곳 회원들이 파5홀로 사용하고 있는 16번홀은 무려 491야드로 US오픈 사상 가장 긴 파4홀이 됐다.

18번홀(파4)은 466야드에 이르는데다 세컨드샷 지점에서 그린까지 오르막 지형이라 거의 500야드에 가깝다.

좁은 페어웨이를 감안해 안전하게 플레이하려고 드라이버를 버리고 티샷을 날렸다가는 남은 거리가 너무 많아 그린을 공략하기 어려워진다.

그린 주변을 러프와 벙커가 둘러싸고 있다는 점도 선수들에게는 난감한 일. 서던힐스를 공략하는 유일한 방법은 '멀리, 그리고 똑바로' 치는 것 뿐이다.

한편 타이틀 방어에 나선 타이거 우즈는 프로로 데뷔한 지 2개월됐을 때인 96년투어챔피언십에 출전, 서던힐스에서 플레이한 뒤 이번이 두번째다.

당시 우즈는 아버지의 입원 소식을 접한 뒤 2라운드에서 8오버파 78타를 치고 집으로 돌아갔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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