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기업 코스닥 입성 '좁은 문'

중앙일보

입력

코스닥위원회가 코스닥 등록요건을 강화하면서 기업공개를 신청하는 닷컴기업이 자취를 감췄다.

12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등록을 신청한 닷컴기업은 하나도 없다. 옥션.가로수닷컴.이루넷.삼일인포마인이 줄줄이 등록된 지난해 상반기의 '닷컴 전성기' 와 대조를 이룬다.

코스닥위원회는 올 들어 적자기업에는 코스닥 등록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닷컴기업들은 등록신청을 포기한 채 우선 흑자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적자기업은 명함도 못 내밀어=올 들어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1백93개사 중 적자 기업은 보류판정을 받은 씨트리 하나 뿐이었다.

코스닥위원회에서 기각판정을 받으면 10개월간, 보류판정을 받으면 3개월간 추가로 등록 신청을 할 수 없어 적자기업들은 지레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조차 하지 않고 있다.

◇ 등록 포기하는 닷컴기업=증권 사이트인 팍스넷(http://www.paxnet.co.kr)은 수차례에 걸쳐 코스닥 직등록 계획을 발표했다.

이 덕분에 장외에서 주가는 올해 한때 1만3천원(액면가 5백원)까지 뛰어 지난해 말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러나 팍스넷은 지난달 초 예비심사청구서 제출을 포기했다. 이 회사의 박창기 사장은 "지난해 26억원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코스닥등록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고 해명했다.

이 바람에 주가는 올해 최고가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유명 닷컴기업인 A사도 올해 초 H증권과 주간사계약을 하고 상반기 중 코스닥등록을 공언했지만 지난해의 결산결과 수억원의 적자를 내는 바람에 꼬리를 내렸다.

A사는 기술개발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증권사 출신의 CFO(재무담당임원)까지 영입해 등록 요건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 우회등록 추진하기도=지난해 수십억원의 적자를 낸 인티즌(http://www.intizen.com)은 지난 4월 코스닥 업체인 코아정보시스템과 합병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 합병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코아정보시스템의 인수예정가와 인티즌의 실제 가치가 크게 차이가 나면서 발목이 잡혔다.

증권가에서는 독자적으로 등록이 불가능한 인티즌이 기존 등록사를 등에 업고 코스닥 입성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증권사도 닷컴은 외면=C증권사의 기업공개 담당 임원은 "닷컴기업 중 코스닥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 고 주장했다.

증권업계는 등록요건을 갖춘 닷컴을 찾기도 어렵고 주가 급변동으로 시장조성을 해야하는 부담도 있어 요즘에는 닷컴기업을 코스닥 등록예정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고 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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