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황금시장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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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반도체 칩이 내장된 카드에 미리 입금된 액수만큼 물건을 살 수 있는 전자화폐 시장이 이달들어 불붙기 시작했다. 선발주자인 몬덱스코리아가 대대적인 카드 발급에 나서는 데 이어 비자캐시.A캐시.K캐시 등도 잇따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무슨 서비스인가 = 벤처기업 직원인 이종순(29) 씨는 지갑에 현금이 없고, 달랑 카드 한 장이 들어 있을 뿐이다. 출근하려고 지하철을 타거나 회사 주변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먹을 때 영어사전 크기 만한 입력장치에 카드를 넣었다 빼면 돈이 지급된다. 이씨와 상점 주인이 사이버를 통해 그 자리에서 돈을 주고받기 때문에 대금지불이 한 두달 늦어지는 신용카드와는 다르다. 또 카드와 연결된 은행계좌에 들어 있는 액수만 쓸 수 있다.

전자화폐는 보통 반도체 칩에 화폐 가치를 저장한 뒤 이를 이용하는 선불지급수단. 칩에 일정액의 돈을 충전해 온-오프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신종 신용카드다.

기술적으론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전자화폐끼리 금액 이체가 가능한 카드. 예를 들어 엄마가 딸에게 용돈을 줄 때 현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단말기끼리 연결해 엄마 전자화폐 카드에서 딸 전자화폐 카드에 용돈 액수만큼 전송.저장시켜 주는 식이다. 폐쇄형은 지불 기능만 있는 형태다.

◇ 어떤 서비스가 있나 〓 최근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자화폐 시장에 발을 걸쳐놓은 업체는 ▶마스터카드의 몬덱스코리아▶비자카드의 비자캐시▶한국은행.금융결제원의 K-캐시▶국민.삼성.LG카드의 A-캐시 등이다.

비자캐시코리아(http://www.visacash.co.kr)는 지난달 말 롯데리아.삼성물산.SK텔레콤 등 주주사와 발급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에 착수했다. 6천장 규모로 수도권에 한정해 발급 중인 이 서비스는 롯데리아 전 매장과 세븐일레븐 본점, 롯데닷컴, 삼성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발급기관은 외환카드.외환.주택.하나은행 등이며, 시범서비스가 3개월간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오는 9월 상용서비스가 시작된다.

A캐시(http://www.a-cash.co.kr)도 원주.김포.수원 등의 지방자치단체와 서비스계약을 체결, 이달 중 27만장 규모의 첫 상용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주주사인 LG캐피탈.삼성카드가 발급을 담당한다.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K캐시(http://www.kftc.or.kr/operation/emoney)도 춘천시를 대상으로 상용 서비스에 들어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회원사인 전 은행권 및 7개 카드사의 금융망 인프라를 활용, 은행창구.인터넷뱅킹은 물론 현금자동출납기 등을 통해 캐시 충전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에 앞서 몬덱스코리아(http://www.mondexkorea.com)는 최근 20만장을 국민은행.국민카드를 통해 보급한다. 이를 위해 한국통신.인터파크 등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며, 지방자치단체 공략을 위해 최근 경기도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 걸림돌은 없나 〓 전자화폐 활성화의 최대 장애물은 인프라. 소액결제가 대부분인 전자화폐의 이용처는 패스트푸드점 등 각종 프랜차이즈 업체, 편의점.자판기.택시.서점.주유소 등이다. 현금을 대신하려면 모든 곳에 카드입력 단말기가 깔려있어야 한다.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비용을 누가 책임지느냐가 관건이다. 돈을 수시로 입금하는 충전장치도 필요하다. 시티은행이 주요 핵심특허를 독점할 것으로 보여 로열티도 걸림돌이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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