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교도관 등친 재소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교도소 재소자가 자신을 감시하는 교도관을 상대로 5억원대 사기를 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의해 구속된 박모(36)씨. 그는 사기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2007년 1월 전남 한 교도소에 수감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수감되자마자 교도관 정모(49)씨에게 “대기업 사주의 친척”이라고 속여 접근했다. 또 수시로 일간지 주식시세 정보 지면을 펼쳐들며 “난 주식의 달인”이라고 허풍을 떠는가 하면 “대기업 정보를 미리 빼낼 수 있다”며 정씨를 꼬드겼다. 이 말에 속은 정씨는 2007년 5월부터 박씨가 가석방으로 출소한 2009년 5월까지 한 번에 수백만원씩 박씨의 계좌에 입금했다. 자신의 돈은 물론 친척들의 돈까지 끌어들였다. 정씨는 박씨가 출소하고 나서도 활동비로 쓰라며 자신 명의로 산 제네시스 승용차와 신용카드 5장을 줬다. 이런 방식으로 정씨가 박씨에게 준 돈은 모두 5억6000만원이나 됐다.

 정씨가 뒤늦게 사기당한 사실을 알고 회수한 것은 제네시스 차량뿐이었다. 박씨는 교도관 정씨로부터 뜯은 돈 가운데 950만원을 또 다른 교도관 정모(45·구속)씨에게 뒷돈으로 찔러줬다. 박씨는 이 대가로 하루 한두 차례 담배를 피우고 점심에는 고기를 먹었다. 경찰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담배가 유통된다는 첩보를 입수해 계좌추적을 하다가 돈 거래 사실까지 적발했다” 고 말했다.

광주=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