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의회 파행 석 달 화난 주민들 촛불 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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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의정부YMCA는 15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경기도 의정부시 행복로에서 촛불집회를 벌였다. 시민 4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다툼으로 ‘식물의회’로 전락한 시의회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주민소환 운동을 벌여 의회 정상화를 촉구하자”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책임을 묻자”는 등의 주장을 내놓았다.

 의정부YMCA는 시의회 파행이 지속되자 지난달 초부터 의정부역 등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해 왔다. 의정부시의회는 7월부터 의장단 선출을 놓고 갈등을 이어오다 지난 1일 연간 임시회 회기(50일) 가운데 48일을 허비한 채 회기를 이틀 남기고 폐회했다. 이상윤(40·여) 의정부YMCA 간사는 “의회의 장기 파행으로 예산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지역 내 시급한 민생 예산 집행이 안 되고 국·도비 반납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회와 성남시의회의 파행이 석 달째 계속되자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지난 7월 후반기 임기가 시작됐지만 자리다툼으로 3개월째 원 구성도 못하고 있어서다. 파행의 원인은 의장과 부의장·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다. 단체장급 예우와 사무직원 인사권 같은 권한을 가진 요직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원인이다.

 성남시의회는 15일 제187회 임시회를 폐회했다. 임시회가 열린 2주 동안 안건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누가 의장 자리를 맡을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새누리당 의원들끼리의 내분 때문이다. 과반의석(전체 34석 중 18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등원을 거부하다 보니 의회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의정부시의회는 지난 6월 말 첫 의장단 선출 회의를 연 이래 두 달 넘게 원 구성 합의조차 하지 못한 채 임시회 회기를 허비해 왔다. 그동안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분배를 두고 싸움을 벌이다 의장 후보에 대한 비방전과 고소 사태까지 빚어졌다. 후반기 의장·부의장과 상임위원장 3석 등 5개의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양보 없는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장기화되자 지역 시민단체들은 물론 주민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성남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시의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100만 시민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등원을 거부하는 의원들에 대해선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성남평화연대는 성명을 내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나서서 구태정치를 청산하고 성남시의회 정상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의정부YMCA는 시의원 13명에 대해 2개월치 세비 반납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시민공동으로 시의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명지대 임승빈(행정학) 교수는 “기초의회 파행은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다수당은 이들 감투를 독차지하려 들고 소수당은 이를 저지하려는 싸움”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의장과 부의장·상임위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지방의회의 원 구성에 관한 제도적 틀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익진·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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