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양도세 깎아준다는데… 집값은 아래로,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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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정부의 9·10 경기부양책은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해 안 미분양 아파트를 사면 향후 5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고, 모든 주택에 대해선 취득세를 50% 인하해 주겠다는 9·10 대책은 거래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지만 당장 ‘법 시행시기’, ‘적용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주택시장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표적인 현장이 당초 1만8000여 명이 청약해 모처럼 분양시장을 후끈 달궜던 동탄2 신도시 동시분양 단지다. 14일까지 계약을 진행한 업체 가운데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본 업체가 생겼다.

세금 혜택이 미분양 아파트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일단 계약을 포기하고 선착순으로 미분양을 사겠다는 청약자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M건설 관계자는 “청약률이 높았지만 계약 포기자가 속출해 계약률은 60%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지에 미분양이 생겨도 양도세 면제 혜택은 받지 못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양도세 감면 대상은 법 시행일인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는 날을 기준으로 건설사가 지자체에 신고한 미분양 아파트여야 한다.

올 가을 몰려 있는 분양시장에서 법 시행일 이후 생기는 미분양 아파트는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택협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전국적으로 1만5000가구 가량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달 동탄2 신도시에서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롯데건설 이상근 상무는 “신규 분양은 양도세 감면 대상이 아니라 수요자의 관심이 더 떨어질 것”이라며 “세금혜택을 받지 못하는 우리에겐 악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광효 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과거에도 미분양 주택의 양도세 감면시 법 시행일이나 대책 발표일처럼 특정기준일에 미분양 상태인 주택에만 일관되게 적용했다"며 "연말까지 발생하는 모든 미분양주택에까지 양도세를 감면해주면 오히려 그 기간 동안 미분양 발생을 조장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분양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취득세 인하도 국회 상임위에서 관련법이 통과하는 날을 기준으로 하므로 매매 계약을 진행할 때나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잔금을 미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시행시기·적용대상 불명확해 혼란

7월 준공해 입주가 한창인 인천 서구 B단지 입주사무실 관계자는 “이달 입주예정인 가구 가운데 국회 상임위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입주를 미루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입주 잔금이 안 들어오니까 회사차원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의 적용 시기가 너무 짧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적용시기를 연장할 경우 지자체의 취득세 손실분이 늘어나 이를 보전해줘야 하는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질 것으로 봤다.

시기를 연장해도 적용시기가 끝나는 막판에 거래가 몰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 경기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양도세는 집값이 올라야 혜택이 있다. 취득세를 덜 낼 수 있다고 하지만 집값 전망이 아직 불투명한 상황에서 급하게 집을 사려고 나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도 확실하지 않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세금 혜택 때문에 집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이미 집을 사려고 마음먹은 사람 가운데 새로 생긴 혜택을 위해 계약을 서두르거나 앞당기는 등 시기조절을 하는 경우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분양가 할인을 많이 한 미분양 단지나 최근 하락세를 멈추고 조금씩 회복 분위기를 보이는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엔 이번 대책이 일정 정도 효과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시범다은공인 김희봉 사장은 “동탄2 신도시 동시분양에 사람이 엄청나게 몰린 이후 평균분양가인 3.3㎡당 1040만원 정도가 이 지역의 하한가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이번 세금 감면 대책과 맞물려 비슷한 가격대의 급매물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재언 부동산팀장은 “지난해 취득세 감면으로 실제 거래가 20% 가까이 증가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일시적으로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이 많이 떨어진 곳,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곳 등에서 주택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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