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보름 잠적, 심근경색 때문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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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오른쪽)이 15일 중국 베이징 농업대학에서 열린 과학대중화의 날 행사에 참석해 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시 부주석이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보름 만이다.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59) 중국 국가부주석이 최근 2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것은 심근경색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 권력구도에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잠적했던 시 부주석은 보름 만인 15일 오전 중국 농업대학에서 열린 과학대중화의 날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16일 “시 부주석은 지난 4일 중국 국가지도부가 거처하는 중난하이(中南海)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던 중 갑자기 가슴 통증을 호소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밀검진 결과 경미한 심근경색으로 확인돼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들의 권고에 따라 그동안 공개활동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시 부주석이 치료를 받은 병원은 중국 고위관리들의 전문병원인 베이징(北京) 301 병원이 아닌 중난하이 내 국가지도부 전문병원이라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이 병원은 10여 년 전 만들어졌으며 외부에 전혀 노출이 안 된 상태다.

 시 부주석이 모습을 드러낸 과학대중화 행사에 참석했던 대학생들은 “시 부주석이 캠퍼스에 30~40분 정도 머물렀으며 10여 분간 농업기술 혁신과 관련된 연설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그의 목소리는 정상이었으며 건강도 좋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왕자오궈(王兆國) 전인대(全人大·국회 격) 부위원장과 궈진룽(郭金龍) 베이징시 서기도 참석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도 15일 밤 종합뉴스를 통해 시 부주석의 공개활동을 파격적으로 5분여 동안 보도했다. TV 화면에 비친 시 부주석의 얼굴은 건강해 보였다. 그러나 행동은 평소와 달리 많이 웃고 몸동작을 크게 했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일단 시 부주석의 건재가 확인되면서 올가을 열릴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비롯, 권력이양을 위한 정치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의 잠적 원인이 건강문제로 확인되면서 향후 권력구도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린다 리 홍콩시립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시 부주석의 공개일정 재개는 현재 상태가 악화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만 보여줄 뿐이며 권력승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앞으로 보다 많은 공개활동을 통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소식통은 “ 건강문제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올가을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직, 내년 3월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직을 승계해도 과중한 업무를 피하도록 관할 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당분간 맡을 수 있다고 이 소식통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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