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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종교계서 자제 촉구 반미 유혈충돌 진정 기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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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슬람 모독 영화로 촉발된 아랍권의 반미 시위가 주말 종교 지도자들의 자제 촉구 등으로 한 고비는 넘긴 분위기다. 하지만 알카에다가 미 외교관에 대한 추가 공격을 촉구하는 등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수단과 튀니지에서 일부 외교공관 직원들을 철수시키고, 폭력사태에 대비해 각국에 특수부대를 급파하는 등 비상 조치에 돌입했다.

 주말인 15일(현지시간) 반미 시위의 중심지였던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과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등에서는 더 이상의 유혈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금요 예배가 열렸던 전날에는 아랍권 전역에서 수만 명이 모여 반미 집회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 공관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최소 8명이 사망했고, 이집트에서는 시위대 200명 이상이 체포됐다. 튀니스에서는 시위대가 미국인 학교에 불을 질렀다.

 희생자가 속출하자 종교계 지도자들도 폭력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집트 관영 메나 통신은 수니파 최고 종교기구 알아즈하르의 수장 셰이크 아흐메드 엘타예브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슬람을 비롯한 모든 종교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이를 형사처벌하는 국제 제재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무고한 시민과 외교 사절에 대한 공격을 비판했다.

 그러나 알카에다의 예멘 분파인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는 성명을 내고 중동과 아프리카 에 근무하는 미 외교관과 공관을 공격하라고 촉구했다고 AFP가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반미 시위대에 공격당한 수단과 튀니지에서 대사관 직원들을 철수시키기로 결정했다. 또 워싱턴의 국무부 본부에 24시간 상황팀을 운영하는 등 위기 관리 시스템을 가동했다. 국무부는 “수단 하르툼 주재 대사관이 피습당한 뒤 긴급 요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게 수단지역을 떠나라고 지시했다”며 “튀니지에서도 지난 14일 시위 현장을 벗어나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리비아에 이어 예멘에도 대(對)테러 해병대 50여 명을 파견했으며 수단에도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17~18개 지역에 미리 군대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열린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 등 리비아 영사관 피습사건 사망자 시신을 맞는 행사에서 “외국에서 근무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미국은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건의 발단이 된 영화 ‘무슬림의 무지’ 제작자 나쿨라 배슬리 나쿨라(55)가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잠적했다. 2010년 금융사기죄로 21개월형을 선고받고 1년 동안 복역한 그는 현재 가석방돼 보호관찰을 받고 있는 상태다. 미 인터넷 매체 고커는 14일 영화 출연진 인터뷰를 통해 “포르노와 3류 액션영화를 만든 앨런 로버츠(65)가 영화를 감독했다”고 보도했다.

박승희.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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