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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영화찾기]온몸으로 웃겨라 '스팟'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말로 '바둑이' 혹은 '점박이'를 뜻하는 영화 '스팟'의 주인공은 하지만 얼룩무늬 개가 아니다. 누런 피부에 커다란 덩치, 뚱한 표정의 불마스티프종(불독과 마스티프의 교배종)인 FBI 특수요원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찌나 엄격한 훈련을 받았던지 사람에게 애교를 피우지도 않고 여느 개들처럼 놀 줄도 모른다. 오직 명령에 의해 임무를 수행할 뿐이다. 길을 지날 때도 다른 개의 냄새를 맡는 게 아니라 범인의 흔적을 추적한다.

이런 완벽한 개가 개라면 치를 떠는 우체부 고든(데이빗 아퀘트), 목숨을 노리는 갱들과 만나 벌어지는 한 바탕 사건을 그린 영화가 '스팟'. 부딪히고,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개똥을 뒤집어쓰고 세련된 대사보단 엉뚱한 상황에 온 몸을 던져 웃기는 '슬랩스틱(slapstick) 코미디'다.

'스팟'은 잘 다듬어진 슬랩스틱 처럼 유쾌한 코미디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장된 액션이 난무하지만 어색하지 않고, 자극적인 장면이라곤 없지만 지루하지 않다. 돈만 많이 들였지 도무지 내용이 없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보단 오히려 한 수 위의 웃음과 감동을 주는 영화다.

여기에 인종을 넘어선 우정과 가족애가 어우러져 따뜻한 웃음을 전한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빌 코스비 쇼(코스비 가족 만세)'를 연출하며 TV에서 입지를 굳힌 존 윗셀 감독의 손길이다.

'스팟'의 스태프 중엔 또 한 명의 TV 출신 스타가 포진하고 있다. 촬영을 맡은 존 바틀리. 어두운 화면이 매력적인 미스터리물 'X 파일'로 에미상까지 수상한 인물로, '스팟'에서도 슬랩스틱의 정수 고든과 스팟의 야간산책 장면에서 진가를 발한다.

마약 단속에 나선 스팟은 마피아 보스 소니 타일러(폴 소르비노)의 중요한 부분을 공격, 검거에 선공하고. 소니는 남성의 반을 잃는다. 분노한 소니는 복수를 다짐하고, 조직 내 최고의 킬러 두 명이 개 사냥에 나선다.

갱들의 손길을 피해 달아나던 스팟은 고든의 우편 배달차에 올라타고. 고든의 이웃집 꼬마가지 가세 목숨을 건 좌충우돌 사건이 계속되며, 고든은 스팟의 진가와 가족애를 발견하고 스팟은 사람과 어울릴 줄 아는 진짜 개가 된다.

고든 역을 맡은 데이빗 아퀘트의 연기도 압권. '스크림'의 어눌한 경찰로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그는 코미디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가벼움과 진지함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기 행보가 경쾌하다.

주인공 스팟을 비롯 오프닝부터 10여종의 개가 등장, 애견가들에게도 즐거울 영화. 미국 개봉 당시 '멕시칸' '한니발'에 이어 전미박스오피스 3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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