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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외국 대사 리더십 인터뷰 ⑨ 피터 뤼스홀트 한센 덴마크 대사

중앙일보

입력

피터 뤼스홀트 한센=1951년 5월 20일 덴마크 태생으로 1978년 덴마크 코펜하겐대를 졸업한 뒤 1978년 외교부에 들어갔다. 인도 뉴델리 주재 덴마크 대사관 참사관과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주베트남 대사 등을 거쳐 2010년 10월 주한 덴마크 대사로 부임했다.

“다른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하는 것에서부터 소통은 시작됩니다.” 피터 뤼스홀트 한센(61) 주한 덴마크 대사는 최근 서울이태원동에 있는 주한 덴마크 대사관을 찾은 장채영(한영외고 2)양과 서형석(서울 휘문고 2)군에게 언어를 모르는 낯선 나라에서도 적응한 자신의 비결을 들려줬다.

장채영(이하 장)=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주로 거리를 걸어 다녀요. 그 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입는지를 직접 보면 그 나라의 문화를 빨리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의사소통이 잘 되지는 않지만 한국에 와서도 카페에 앉아 한국인들의 일상생활을 구경하곤 했어요. 남대문이나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기도 하고요. 그것만으로 한국인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할 순 없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장=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지요. 언어의 장벽이 있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소통의 도구는 언어 이외에도 제스처·표정 등이 있잖아요. 자신이 먼저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한다면 상대도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고 할겁니다.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고 해도 그것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데서 50%는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형석(이하 서)=다른 나라에서 한 외교적 노력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기억은 무엇인가요.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재 덴마크 대사관 참사관으로 일할 때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흑인들을 도운 일이에요. 아프리카정부와 아프리카민족회의(ANC)와의 협상에서 ANC의 입장을 지지해 그들이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서=외교 무대에서 상대를 설득하는 기술이 있나요.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해요. 우선 상대 나라의 현재 상황과 진짜 관심이 무엇인지 알아야합니다. 그래야 상대는 무엇을 원하고, 우리가 그것을 해줄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원하고 얻게 되는 결과는 무엇인지 예측해 그에 적절한 계획도 세울 수 있고요.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설득이 시작됩니다.”

장=대사님은 어린 시절의 어떤 경험이 외교관이 되고, 세계무대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됐나요.

“저는 13살 여름 방학 때,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국과 아일랜드로 여행을 갔어요. 주변 환경에서 영향도 받았지요. 저희 아버지는 정치인이셨고, 가족과 친척들 중에서도 정치인이 여러 명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가족이나 친구들과 외교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랐고,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시도하는 자세 같아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선 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세요.”

서=자녀교육은 어떻게 하시나요.

“덴마크에서는 아이들을 교육할 때 그저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지 않아요. 끊임없이 질문하도록 하고, 답은 하나 이상이라고 여기게끔 하지요. 제게 8살 된 아들이 있는데 질문을 시시때때로 해요. 가끔 피곤할 때도 있지만(웃음) 흐뭇하답니다. 아이들이 할 일만 다 했으면 충분히 놀게 해요. 노는 것은 아이들을 창의적으로 만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거든요.”

장=한국 주재 대사로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우선 한국과 덴마크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한국과 덴마크가 공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녹색성장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양국 정부는 녹색성장 정책을 설립하는 데 동의하고, 기업과 정부 연구소들이 참여하고 있지요. 일 년에 한 번씩 양국의 관계자들이 만나 녹색성장을 위해 머리를 맞댑니다. 한국의 기업과 소비자들이 덴마크가 좋은 질의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게 하는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점은 대사관끼리 경쟁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장채영, 서형석

<임선영기자 youngcan@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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