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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6개월 살아보고, 눈높이 낮추고, 귀농 교육 받아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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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호 06면

제주도 이주는 대개 자연에 반해 시작된다. 올레길을 걷다 천혜의 환경에 끌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이주를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주도 이주자들을 ‘올레 이주자’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만 바라보고 준비 없이 왔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관광객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모습만 골라 보게 되지만 실제 생활과는 차이가 크다. 제주도의 삶에 적응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주자들 사이에선 “부동산중개자가 중간에서 장난을 쳐 손해를 봤다” “동네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 끊이질 않는다. 사업을 시작했다가 손님이 없어 몇 개월 만에 문을 닫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제주도 이주 선배들은 “제주도 이사를 결정하기에 앞서 단점도 충분히 따져 보고 오라”고 조언한다. 경험자들로부터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들었다.

‘제주 이민’ 성공 5계명

1 살아보고 이사하세요
선배 이주자들은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을 살아 보고 결정하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 이주 10년차인 공인중개사 최형석(40)씨는 “제주의 동서남북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 여부, 자녀 유무 여부, 연령대, 개인적 취향에 따라 적합한 곳을 찾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제주엔 매년 초 신구간(新舊間)에만 이사하는 풍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사기도 종종 발생한다.

2 눈높이를 조정하세요
수입은 서울에서보다 3분의 1 이하로 떨어진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사무직 회사원이었다면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할 각오가 돼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체험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을기업 총무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홍창욱(36)씨는 “제주로 이주해 다닌 첫 직장에선 약속된 월급에서 20만원을 깎자는 말부터 들었다”며 “서울보다 기업 수도 적고 월급도 꽤 적다”고 말했다.

3 제주도를 공부하세요
디자이너 이상근(37)씨는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귀농·귀촌교육은 꼭 받을 만하다”고 권했다. 제주도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이고 탄탄한 제주도 네트워크도 생긴다. 제주도에서 가장 유망한 부문이 농업이라는 점도 귀농·귀촌교육이 필수인 이유 중 하나다. 해녀학교·올레아카데미 등 제주의 역사·문화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좋다.

4 생활인의 자세를 취하세요
“전망 좋은 바닷가에서 카페나 해야지” 정도의 컨셉트만 갖고 오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주자들이 많이 고려하는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이 주 7일 매달려 있어야 하는 사업이다. 매일 쓸고 닦아야 하고, 행패를 부리는 손님도 상대해야 한다. 카페 운영자 최은별(35)씨는 “제주에도 홍대만큼 많은 카페가 생겼다 사라진다”며 “힘들어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택해야 오래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5 지역사회에 기여하세요
이주자는 ‘굴러 들어온 돌’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이 때문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권형우(55)씨는 “동네 네트워크를 잘 맺어 두는 것이 필수다. 융화되지 못하면 외로워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조사 참석, 일손 돕기, 인사 잘하기 등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면서 마음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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