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레바논 KFC매장 불타고 수단선 영·독 대사관 피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14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 주재 독일 대사관이 이슬람 시위대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가운데 한 시위자가 독일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시위대는 인근 영국 대사관에도 난입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하르툼 AFP=연합뉴스]

반이슬람 영화로 촉발된 이슬람 지역의 반미시위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이집트·리비아 등 중동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수단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이슬람권 전역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시위대의 공격 목표가 미국 공관뿐 아니라 독일 등 서방국가의 공관, KFC 등 미국계 기업의 자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도 발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슬람 안식일인 금요 예배가 끝난 14일(현지시간) 반미시위가 이슬람권 전역에서 격렬하게 벌어졌다. 수단에서는 시위대가 이날 하르툼 중심가에 있는 독일 대사관에 난입해 지붕의 독일 국기를 내리고 이슬람을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내걸었다. 이들은 인근 영국 대사관도 공격했다. 두 대사관의 창문과 가구 등 집기류는 심각하게 파손됐고 이어 화염에 휩싸였다. 시위자들이 미국이 아닌 유럽 외교공관들을 겨냥한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튀니지에서도 미국 대사관 위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게 목격됐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연기가 주차장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날 예멘 수도 사나의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도 경찰과 시위대가 또 충돌했다. 시위대는 미국 대사관에서 5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해 성조기를 태우며 미국 대사의 추방을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대사관도 필요 없다. 대사도 필요 없다. 미국 대사의 추방을 원한다”고 외쳤다.

 ◆교황 예정대로 레바논 방문

레바논에서는 이날부터 예정된 방문을 강행한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미국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미국 패스트푸드업체인 KFC의 매장에 불을 질렀다. 이 밖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남부 라파,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 동부 라호르, 이란 수도 테헤란과 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권에서 동시다발로 시위가 벌어졌다.

 이슬람권에서 반미시위가 확산되자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이슬람 모독 영화로 촉발된 이슬람 폭력 사태가 미국 내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BI는 앞서 13일(현지시간) 미국 내 극단주의자들이 대규모 군중시위를 일으킬 수 있다며 미국 내 각 기관에 특별 경계를 지시했다.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을 조사 중인 리비아 정부는 용의자 4명을 체포해 테러조직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영화 제작자 “후회 안 하며 전편 올릴 수도”

AFP통신은 ‘무슬림의 무지’를 제작하고 감독한 장본인이 이집트 출신의 콥트기독교도인 나쿨라 배슬리 나눌라(55)로 확인됐다고 이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날 아랍어 라디오 방송 ‘사와’에서 “미국 대사의 피습 사실은 슬프지만 영화를 만든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자신이 인터넷에 14분짜리 압축본을 올린 장본인이며 영화 전편을 올리는 것도 고려 중이고 누구도 이를 조작한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무슬림의 무지’ 감독·제작자가 이집트 콥트기독교 신자로 드러나면서 이집트 내 콥트교도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수도 카이로의 콥트정교회는 “우리는 영화와 아무 연관이 없으며 영화에서 묘사된 주장은 우리와 무관하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