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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 나카타 진면목 보여준 한판

중앙일보

입력

일본 트루시에 감독이 왜 나카타를 이탈리아로 돌려보내지 않고 잡아두려는지, 일본 국민이 왜 나카타에게 그토록 절대적인 애정을 보내는지 확실하게 보여준 경기였다.

첫째는 경기력이다. 나카타는 전반 43분 직접 프리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냈을 뿐 아니라 경기 전반을 완벽하게 컨트롤했다.

일본은 우중전이 된 상황에서 정교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하기 어려워 체력이 뛰어난 호주에 끌려다녔다. 그러나 나카타가 적절하게 경기 흐름을 조절해준 덕분에 숨을 고를 수 있었다.

스즈키가 퇴장당한 후반 10분 이후 나카타의 진가는 더욱 빛을 발했다.

나카타는 미드필드에서 볼을 잡으면 동료들이 올라올 때까지 드리블로 시간을 끈 뒤 송곳같은 스루패스로 찬스를 엮어냈다. 나카타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일본의 역습에 놀란 호주는 총공세를 펴면서도 후방에 수비수를 남겨 두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경기력보다 더욱 돋보이는 점은 나카타의 카리스마다. 나카타는 일본 선수들에게 사실상 정신적인 지주다.

'천재' 라고 불리는 오노 신지도 "나카타와 함께 뛰면 그의 수준 높은 플레이에 맞추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고 말할 정도다. 나카타가 출장하면 일본 선수들은 심리적인 안정감과 투지를 동시에 갖는 모습이다.

나카타는 골을 넣고도 과장된 몸짓으로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 동료가 골을 넣고 기뻐서 그라운드를 질주하면 "왜 쓸데없는데 체력을 허비하느냐" 고 호통을 친다. 그는 이날도 결승골을 넣은 뒤 팔을 가볍게 뻗었을 뿐이다.

나카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결승전 출전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트루시에 감독과 상의하겠다.

결승전까지 왔으니 우승을 목표로 잘해야겠다" 고 말했다. 나카타는 준결승 후 소속팀인 AS 로마의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돌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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