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작은 학교 통폐합 저지 나선 충북도의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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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놓고 관계 당국인 충북교육청과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교육과정 정상화와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교육청의 입장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는 의회의 주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교육청은 지난 11일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위해 적정 규모 학교 육성추진단을 구성키로 하고 조례 개정을 도의회에 승인 요청했다. 교육청은 지난해 보은군 속리중과 내북중·원남중을 통폐합해 전국 최초의 기숙형 중학교인 속리산중학교가 개교한 뒤 기초 미달 학생 감소와 학부모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거두자 본격적으로 통폐합에 나섰다. 속리산중은 개교 첫 해인 지난해 97명이던 학생이 올해는 122명, 내년엔 154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전남과 경북 등 전국의 교육청에서 벤치마킹에 나서는 등 통폐합 모델로 떠올랐다. 충북교육청은 이처럼 학교 통폐합으로 효과가 나타나자 괴산군의 3개 중학교를 통폐합해 오성중학교를 건립 중이다. 오성중학교 건립에는 국비 218억원이 투입되며 학생은 180여 명 규모다.

 하지만 통폐합 과정에서 모교 폐교에 따른 동문과 일부 지역 주민의 반발 등 민원이 발생하자 이를 처리하기 위해 전담 부서 구성을 추진하고 나섰다. 부서는 2015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인력은 5명이 배치된다. 교육청은 현재 통폐합을 원하는 충주시와 제천시·단양군·영동군 등 4곳에서 기숙형 학교를 설립할 경우 기숙사와 다목적 교실 등을 짓는 데 최대 2300억원의 예산 지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매년 5억원가량의 운영비를 정부에서 지원받게 된다.

 하지만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청의 전담 부서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육위원회 이광희 의원은 ‘도교육청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전담부서 신설 반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작은 학교 통폐합 정책은 임기 6개월을 남긴 정부가 추진하기에는 부적합하다”며 “도의회가 전국 최초로 발의해 통과시킨 충북 농·산촌 지역 작은 학교 지원 조례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교육위는 앞으로 충북도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32%, 고등학교 10%가 통폐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현재 보은 기숙형중학교는 개교한 지 1년밖에 안 돼 지역사회 구성원의 공동체 변화 추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며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교육위원회는 이 전담 부서 설치를 위한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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