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오상민 악몽 깨뜨린 LG 유지현

중앙일보

입력

"저때문에 지는게 아닌가 했는데 다행입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고참 유격수 유지현이 짜릿한 홈런 1방으로 4년을 이어온`오상민 악몽'을 깨뜨린 뒤 긴 한숨을 내 쉬며 이렇게 말했다.

유지현은 현충일인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말 1사후 천적 오상민의 초구 몸쪽 직구를 강타, 짜릿한 끝내기좌월 솔로홈런을 날려 이날 1천500경기출장 기념식을 치렀던 김성근 감독대행에게 귀한 선물을 했다.

이날은 유지현에게 무척 특별한 날이었다.

유지현은 이날 김성근 감독대행이 최근 유격수로서 체력부담을 많이 느꼈던 그를 3루수로 출장시키면서 94년 데뷔이후 8년만에 처음 3루수로 선발출장했던 것.

`꾀돌이' 유지현도 당황했는지 이날 1회와 6회 어이없는 실책을 하는 등 적응을 못해 홍역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노련한 유지현은 6회초 다시 `고향'인 유격수로 돌아간 뒤 안정을 회복했고 결국 연장 10회 자신의 통산 첫 끝내기 홈런과 함께 팀이 11승이나 선물(?)했던 오상민에게 일격을 가하면서 오랜만에 이름 값을 했다.

유지현은 "연장 10회 오상민이 올라오는 순간 벤치에서 오늘 만큼은 반드시 이긴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며 "의도적으로 몸쪽 볼을 던지게끔 홈플레이트쪽으로 바짝 붙었던 것이 적중했다"고 말했다.

또한 유지현은 "올시즌 체력소모가 많아지면서 제 몫을 못했던 것 같다. 다른 욕심은 없으며 무조건 많이 출루해 득점을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참다운 각오를 밝혔다.(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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