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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제는…', 자사 포함한 언론에 칼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MBC의 현대사 탐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있다〉(매주 금요일 오후 9시 55분)가 우리 언론의 치부에 칼을 들이댄다.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자유언론 실천선언' 등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안에 대해 MBC를 포함한 우리 언론들이 어떤 보도태도로 정권과 야합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을 4부에 걸쳐 방송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제작진이 철저한 내부반성에서 이번 프로그램을 시도한다는 점. 제작진은 위의 사안에 관해 당시 MBC 보도특집들이 어떤 시각을 보였는지를 우선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제 1편은 오는 8일 방송될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85년 9월 9일 안기부는 양동화라는 인물이 북한을 방문해 학생운동 내에 '세포'를 조직하라는 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국내에 잠입, 간첩활동을 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을 발표했다.

다음날 MBC는 〈보도특집-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을 방송, 시청자들에게 당시활성화되던 학생운동이 북한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물론 이는 전두환 정권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이 프로그램의 원본이 9월 1,2일에 사전 촬영돼있었다는 점 ▲양동화 등의 인터뷰가 철저한 사전연습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는 점 등이〈이제는…〉제작진에 의해 그 증거로 드러났다.

7월 13일에는 '자유언론 실천선언'이 방송된다.

74년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 실천선언을 둘러싸고, 박정희 정권이 '광고탄압'등 전대미문의 수단을 사용해 언론을 유린하는 과정을 보여준 뒤, 이에 순응해 양심적인 기자들을 쫓아낸 동아일보 사주를 포함한 한국언론이 체제순응적 유사권력기관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7월 20일 방송될 '금강산댐 그후'는 북한이 대남공격용으로 금강산댐을 건설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뒤이어 국민들로부터 대대적인 모금을 받는 과정에서 언론이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허위과장보도에 앞장섰던 모습을 조명한다.

정부의 발표 다음날 가장 먼저 이와 관련된 특집 프로그램과 기획기사를 마련한MBC와 조선일보의 발빠른 대응이 소개된다. 제작진은 이러한 허위과장보도가 문공부가 사전에 각 언론사 사장단을 소집해서 작성한 홍보계획에 따른 것이었음을 밝혀냈다.

8월 3일 방송될 '도시산업선교회'는 기독교 계열 청년들이 노동자의 의식교육을위해 결성했던 '도시산업선교회'를 좌경의 온상으로 몰았던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행태를 파헤친다.

이 프로그램의 이채훈 책임프로듀서는 "우리 언론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있어 MBC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내부의 반발이 심해, 여러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도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기자 및 보도특집부장들과의인터뷰에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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