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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국 진출 일본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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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계 각국에 파견된 일본 대사 116명이 한꺼번에 도쿄에 모였다. 일본 외무성이 지난 1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대사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아시아.유럽 등 지역별 대사회의를 열던 관례를 깨고 전 세계의 대사를 동시에 불러들인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불참자는 일본인 인질 사건으로 경황이 없는 이라크 주재 대사 등 6명뿐이었다.

◆ 총력전 들어간 일본 외교=이번 회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한 막판 외교 전략을 점검하고 결의를 다지는 자리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은 회의 첫날 "일본을 지지하는 나라도 있고 반대 입장도 있지만 압도적 다수는 태도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주재국의 지지를 이끌어 내라고 독려했다. 회의에는 기타시로 가쿠타로(北城恪太朗)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 등 재계 인사들도 참석해 재외공관과 일본 기업의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일본은 10월 유엔 총회에서 상임이사국 진출이란 숙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갔다. 마치무라 외상은 이달 초 황금연휴를 반납하고 미국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지난달 하순 최대의 표밭인 아시아.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인도네시아의 반둥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이달 초엔 러시아의 전승 60주년 기념식에서 각국 수뇌들과 의견을 나눴다. 그는 지난달 22일 반둥회의 연설에서 "일본의 과거사를 통절히 반성하고 평화국가를 지향한다"면서 주변국들의 자격 시비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 외교 이벤트로 위상 과시=국내에서는 5일부터 교토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외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열렸다. 고이즈미 총리가 16일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초청해 "일본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이 참가하는 정상회담을 도쿄에서 열고 싶다"고 말한 것도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위상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원조 외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은 연간 600억 엔대 규모인 아프리카 국가 대상의 정부개발원조(ODA)를 3~4년에 걸쳐 두 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대(對) 중국 원조를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함에 따라 생기는 재원을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국가들에 투입할 방침이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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