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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무장시위대 공격 미 대사·외교관 4명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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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이슬람 종교와 예언자 마호메트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 영화를 규탄하는 리비아 무장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사진)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11일(현지시간) 숨졌다. 와니스 알샤리프 리비아 내무부 차관은 “스티븐스 대사와 함께 세 명의 다른 미국 외교관도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12일 전했다.

 사고 당시 스티븐스 대사는 무장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있던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을 찾아가 사태 수습 중이었다. 리비아 보안 소식통은 “스티븐스 대사가 연기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넉 달 전 수도 트리폴리 주재 리비아 대사로 부임했다. 9·11테러 11주년이 되는 날인 11일 벵가지에서는 무장 시위대 수십 명이 공중으로 총을 쏘며 미국 영사관에 몰려들었으며 일부는 건물에 불을 질렀다. 영사관은 로켓포(RPG) 공격도 받았다. 벵가지는 리비아 제2 도시로 지난해 시민군이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맞서 내전을 일으킨 본거지다.

 같은 날 이집트 카이로에서도 3000여 명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문제의 영화와 이슬람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중 일부는 대사관 담 위에 올라간 뒤 안뜰에서 미국 국기를 내리고 이슬람을 상징하는 검은 깃발을 게양했다. 시위대는 성조기를 이로 물어뜯는 등 훼손하고 불태우기도 했다.

 과격 반미시위를 부른 문제의 영화 ‘무슬림의 무지(Innocence of Muslims)’는 이스라엘계 미국인이 제작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남부 출신의 샘 바실(52)이라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제작·감독했다. 이슬람 종교를 ‘암’이라 부르고 예언자 마호메트를 모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영화가 최근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게재된 뒤 이집트와 리비아 등 아랍 국가들에서는 반발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미국은 지난해 ‘아랍의 봄’ 민주혁명으로 장기 독재정권이 축출된 이집트와 리비아에서 일어난 반미시위가 주변 다른 국가로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2일 “벵가지 미 영사관에 대한 극악무도한 공격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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