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2개의 판결’ 발언 후폭풍 … 새누리 대응 우왕좌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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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이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판결이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한 대응을 놓고 혼선을 보였다. 두 개의 판결이란 1975년 대법원이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과 2007년 서울중앙지법이 재심에서 사형이 집행된 8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걸 말한다. 홍일표 대변인은 12일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박 후보의 표현에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며 “(박 후보의) 역사 관련 발언이 미흡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두 개의 판결이 있다’는 박 후보의 발언이 두 판결 모두 유효한 것처럼 인정해 마치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것처럼 비쳤는데 그런 취지는 아니었다” 고 설명했다.

 그는 “당에서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을 박 후보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유신의 그늘이 있었고 민주주의가 위축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오늘 인혁당 유족들의 당사 앞 기자회견을 계기로 과거 역사에서 피해를 본 모든 분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잠시 후 박 후보를 수행하고 있던 이상일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홍 대변인의 개인 견해일지는 몰라도 후보와 전혀 얘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브리핑”이라고 말했다. 당시 박 후보는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 참석 중이었다. 박 후보는 이 대변인이 홍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보여주자 “그런 얘기 나눈 적 없어요”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이날 밤 “박 후보의 생각은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가 있었고 이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한다.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라고 다시 브리핑을 했다. 그러나 홍 대변인의 브리핑에 있던 ‘사과’라는 표현은 담기지 않았다. 이 대변인은 "홍 대변인과 상의한 적 없다는 말은 말 그대로 문안을 상의한 적 없다는 것이지 발표의 취지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직접 투옥되기도 했던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당시 옆방에 수감된 경기여고 생물교사 김형원씨와의 대화를 소개하며 “김 선생은 자기가 왜 잡혀왔는지도 모르고 인혁당 사건이라는 것만으로 영문도 모른 채 사형됐다. 재심에서 무죄 선고된 사안에 대해 박 후보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며 연일 압박에 나섰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 유가족은 이날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는 법원에서 가혹행위를 통해 사건이 조작된 사실이 밝혀졌고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됐는데도 두 개의 판결문이 존재한다는 말로 유족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성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의 ‘두 개의 판결’ 발언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면 재심 구조에 대한 이해가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법부의 최종 판결은 언제나 하나”라고 했다.

김정하·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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