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이상 베팅 땐 항공료·호텔비·유흥비 무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김모(34)씨 등은 부유한 한국인을 필리핀 카지노로 끌어들이는 ‘카지노 에이전시(agency·대행업자)’로 밝혀졌다. 필리핀을 찾은 한국인에게 현지 카지노를 소개하고, 업체로부터 도박 자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식이다. 김씨 등이 한국인 고객들을 주로 끌어들였던 카지노가 있는 앙겔레스시의 교민들은 “피의자들은 옥스퍼드 호텔 카지노에서 활동하던 에이전시”라며 “한국인이 카지노에 쓴 금액의 보통 5~10%를 받는다”고 말했다. 살해된 정모(41)씨는 지난해 7월부터 이들의 에이전시를 통해 필리핀을 자주 방문했던 것 으로 알려졌다. 에이전시는 보통 항공료와 호텔비, 유흥비를 무료로 제공해 주면서 한국인 재력가들을 끌어 모은다.

기자가 금요일 오후 4시 에이전시 업체에 전화를 해 보니 “당일 필리핀 출국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기자에게 “승용차를 보낼 테니 인천공항에 6시까지 도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필리핀 카지노에서 베팅하는 금액이 최소 1000만원은 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국내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약한 필리핀 카지노는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면서 한국인을 끌어 모은다”며 “이 때문에 강원랜드에는 한국인 ‘큰손’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리핀에 들르는 한국인들은 종종 범죄의 표적이 된다. 2006~2010년 필리핀에서 행방불명되거나 살해된 사람은 125명으로 집계됐다. 주 필리핀 한국대사관 황성운 참사관은 “필리핀일부 지역은 여행 제한 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필리핀에 들르는 관광객이나 유학생은 안전을 가장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