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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진은 비전·관찰·스토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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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맥커리는 “세상 정보를 제공하는 게 사진가의 역할이며, 이런 노력이 쌓여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

“사진은 마음으로부터 찍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에 답해야 한다.”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미국의 포토 저널리스트 스티브 맥커리(62)의 말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진정성(authenticity)’이란 말을 거듭했다. 1985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표지를 장식한 ‘아프간 소녀’ 사진으로 이름난 그는 이날 시작하는 개인전 ‘빛과 어둠 사이(Between Darkness and Light)’를 계기로 방한했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지하 아케이드의 V갤러리에서 열린다. 출품작은 100점으로, 저널리스트로서 매체에 기고한 사진이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사진은 찍는 이뿐 아니라 보는 이에게도 고유한 관점이 있게 마련이다. 그는 “수백 명이 내 작품을 보더라도 느끼는 바는 모두 다를 것”이라며 “사진가로서 내 역할은 주변의 현상들을 관찰하고 해석하면서 나름의 주석을 달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지역을 누빈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사진가들은 역사가 전개되는 최전방에서 사진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도 했다.

지금은 누구나 사진을 찍고, 찍은 사진을 쉽게 편집하는 세상이다. 맥커리는 “펜이 있다고 모두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게 아니듯 도구가 문제는 아니다. 아이폰으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찍는 사람의 비전, 관찰, 그가 말하고자 하는 스토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맥커리는 2004∼2005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작업을 끝으로 분쟁 지역을 떠나 최근엔 인도·미얀마 등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곳에서 불교 등의 주제를 담은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는 너무 넓어서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싶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더 다양하고 충실하게 살아보자는 생각에 작업 현장도 바꿔 보았다. 그러나 나는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마음이 끌리는 중요한 현장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다.”

그는 지난 2월 열린 매그넘 그룹전 ‘생명의 기적’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한국에 왔다. “여행은 내 삶이다. 앞으로 더 자주 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1일까지다. 입장료 성인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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