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 한국인이라면 군대 가야지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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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임을 한시도 잊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영국 국적과 홍콩 영주권을 가진 20대 젊은이가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해병대 훈련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주인공은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훈병 장호재(22.신병 997기.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사진)씨. 그는 지난 2일 자원 입대해 총검술.각개전투 등 힘든 훈련을 견뎌 내고 있다. 그는 군 복무를 위해 입대 전 영국 국적과 홍콩 영주권을 포기했다. 장 훈병은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는 세 살 때인 1986년 증권회사 직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가 국적을 취득했다. 초등학교 2년 때 다시 아버지의 근무지인 홍콩으로 이주해 중.고교까지 마쳤고 시민권도 땄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뒤 2004년 12월 미국계 금융기관인 골드만삭스 한국지사에 취직해 입대 전까지 일했다.

"군 생활을 할 바엔 해병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자신을 단련시키고 싶었지요."

그는 "아버지도 해병대 입대를 적극 권유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하지만 한국말도 이에 못지 않다.

어린 시절을 중국어와 영어권 나라에서 보냈지만 가족들이 한국말을 쓰도록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자격증도 5개나 된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 살겠다'고 결심했다.

장 훈병은 "군 생활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제대 후엔 금융이나 회계 관련 일을 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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