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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료, 로봇 클러스터 … 대구=섬유도시 공식 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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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구시 동구 신서동에 건립 중인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 단지의 공사 관리를 맡고 있는 LH공사 관계자들이 4일 현장에서 공사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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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허허벌판이지만 내년 말이면 ‘효자’ 노릇을 할 것입니다. 섬유도시로 불리던 대구를 첨단 의료도시로 바꿔놓을 테니까요.”

 4일 대구시 동구 신서동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의료단지). 공사현장 관리자인 LH공사 강형구(49) 차장은 “이곳에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이 많다”며 상기된 표정이다. 의료단지 중앙에는 대형 크레인 세 대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남쪽에 위치한 첨단의료기기지원센터에는 작업자들이 2층 골조공사를 하느라 분주했다.

옆에 있는 신약개발지원센터와 실험동물센터·임상시험신약생산센터 등 세 개 지원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의료단지 103만㎡에는 250여 기업이 들어선다. 공사장 안전펜스에는 ‘글로벌 의료산업 R&D 허브’ ‘첨단의료복합 중심도시’ 등의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이들 네 개 센터는 전문인력과 첨단기기를 갖추고 의료단지에 입주하는 신약·의료기기업체의 신제품 개발을 지원한다.

 대구는 산업 리모델링에 도시의 명운을 걸었다. 첨단 업종을 키우기 위해 곳곳에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섬유·일반 자동차부품·안경테 등으로 대표되던 대구의 산업이 정밀기계금속·첨단 자동차부품 등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10년 대구의 기계금속업체는 1395개로 섬유업체(718곳)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업체당 평균 부가가치는 자동차부품(63억원)·기계금속업(23억원)이 섬유업(16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갑을·동국 등 대형 섬유업체가 쓰러지고 문을 닫는 업체도 속출했다.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청구·우방·보성 등 주택건설업체도 무너졌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93년 이후 전국 16개 시·도에서 줄곧 꼴찌다. 산업 리모델링의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다. 시는 의료·신재생에너지·로봇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선정했다. 기존의 자동차부품과 기계금속업은 첨단화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어 이들 산업을 육성할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먼저 2004년 달성군 다사읍에 성서5차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했다. 2006년에는 달성군 현풍·유가면에 연구·생산·주거단지를 갖춘 대구테크노폴리스(726만9000㎡) 조성에 착수했다. 2009년엔 정부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사업을 유치한 데 이어 달성군 구지면에 국가과학산업단지(855만1000㎡)도 착공했다. 북구 노원동 제3공단 1만3200㎡에는 2016년까지 로봇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로봇의 설계와 디자인·시제품 제작·시험인증센터 등을 갖추고 기업들의 로봇 제작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산업 리모델링을 위해선 먼저 첨단 업종을 유치할 ‘그릇’이 필요했다”며 “이곳에 기업이 모두 들어서면 대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첨단 과학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의료단지에는 대우제약·인성메디칼 등 14개 업체가 내년까지 입주한다. 22개 업체와는 입주 협의를 하고 있다. 테크노폴리스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경권센터, 한국기계연구원(KIMM) 대구센터 등 연구기관 8개와 자동차부품을 비롯해 기계금속업체 58곳을 유치했다. 대구시 최희송 산업입지과장은 “모든 산업단지가 완공되는 2018년이면 1400여 개의 첨단기업이 둥지를 틀 전망”이라며 “이때가 되면 1인당 GRDP 순위도 중간쯤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많은 산업단지에 기업을 채우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연구원 나중규(44·경제학 박사) 지역산업팀장은 “대구시가 밑그림은 제대로 그렸다”면서도 “업종을 좀 더 좁혀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산업 리모델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송의호·홍권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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