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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 제주 석회·용암 동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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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주서 2.5㎞ 동굴 발견
제주도 북제주군 구좌읍 월정리에서 석회·용암 동굴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동굴이 발견됐다. 천장에는 샹들리에를 연상케 하는 종유석이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석순이 자라고 있다. 이 동굴은 길이가 2500m이고, 폭 3~10m에 높이 1~25m의 3층 구조로 돼 있다. [제주도동굴연구소 제공]

▶ 지난 11일 발견된 제주 용천동굴. 제주도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이 동굴에 대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요청키로 했다. [제주도동굴연구소 제공]

▶ 용천동굴 안에서 발견된 석화. 동굴내 탄산칼슘이 응어리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의 특성을 모두 갖춘 동굴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동굴이 제주도에서 발견됐다.

제주 북제주군과 제주도동굴연구소(소장 손인석)는 11일 만장굴 입구인 북제주군 구좌읍 월정리 군도 79호 도로변에서 전신주 교체를 위한 굴착공사를 하던 중 지하층에서 세계적으로 드문 천연동굴을 발견했다고 17일 밝혔다.

동굴연구소의 현장 조사 결과 동굴은 종유관.종유석 및 석순.석주 등 석회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생성물은 물론 용암선반과 용암교.용암단구.용암폭포 등 용암동굴의 특성까지 모두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동굴은 2500m가량 북쪽으로 뻗어 있고, 폭 3~10m에 높이 1~25m의 3층 구조다.

석회.용암동굴의 특성이 동시에 나타나는 동굴은 현재 국내에서도 제주의 당처물굴(110m).협재굴(99m).황금굴(180m).표선굴(38m) 등 네 곳뿐으로 이번에 발견된 동굴이 규모가 가장 크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동굴 안에는 폭 3m, 수심 12m의 호수가 있고, 10㎝ 내외의 전복류 껍데기 등 각종 패각도 발견돼 제주지역의 해수면 변동과 지하수 흐름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군과 연구소는 그동안 제주에서 발견된 동굴 중 유일하게 호수를 갖춘 동굴인 점을 고려해 이 동굴을 '용천(龍泉)동굴'(가칭)로 이름지었다.

제주도는 동굴을 도 문화재로 가지정, 출입을 제한하는 한편 문화재청에 천연기념물 지정 및 정밀조사 용역에 필요한 사업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도는 또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등록을 추진 중인 제주자연유산지구(만장굴.당처물굴.뱅듸굴.검은오름)에 이 동굴을 포함,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손인석 소장은 "지표에 쌓인 조개모래의 석회 성분이 땅속으로 스며들면서 용암동굴 안에 탄산염 성분의 석회동굴 생성물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의 특성을 두루 갖춘 동굴로는 이번에 발견된 동굴이 세계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동굴 전체에 대한 측량을 못 했으나 정밀 측량을 할 경우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종합정밀조사를 통해 정확한 생성연대 측정과 주변지역 동굴과의 연계성 여부도 파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문화재청의 자연유산지구 학술조사를 위해 제주를 찾았던 영국의 크리스 우드 박사 등 외국 연구진도 이번에 발견된 동굴과 비슷한 성격의 당처물굴을 보고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 동굴이 학술.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보고 이른 시일 안에 조사단을 구성, 현지 조사를 할 방침이다.

제주=양성철 기자

[관련화보]세계 최대 규모 제주 석회·용암 동굴 '제주 용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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