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31일 인간배아 연구 허용을 시사하는 등 생명공학 연구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 독일 생명공학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슈뢰더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유전자 공학의 진정한 가치는 새로운 의약품과 치료방법의 개발에 있다"고 말해 의학적 필요에 의한 인간배아 복제 연구를 허용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독일에서 유전자 연구의 허용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슈뢰더의 발언은 생명윤리 논쟁을 더욱 가열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은 현재 인간배아 복제는 물론 인간배아 연구 자체를 금지하고 있으나 의학계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유전자의 의학적, 산업적 이용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생명공학 연구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법률안을준비하고 있으며 독일 언론들도 이 문제에 대한 의학계의 입장 뿐 아니라 정치권 및경제계의 논란을 중요한 이슈로 보도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주요 정당들도 이 문제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슈뢰더 총리와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간에 생명공학에 대해 대조적인 입장을 취해 주목되고 있다.
라우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국가의 기본적인 존립기반"이라고 말하고 "과학자들이 기술발전의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할 경우 현대 문명은 파멸의 길에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정책결정자들과 과학자들이 생명공학의 경제적 효용을 무기로 윤리적경계를 허물려는 시도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사안에 경제 논리를 앞세울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슈뢰더 총리는 "유전자가 질병치료의 목적에 이용된다면 이 부분에서는 윤리나 도덕성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생명공학이 산업발전에 기여해실업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번영을 가져온다면 이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또 하나의윤리적 책임"이라고 말했다.(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