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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 한국선수들 중간성적표

중앙일보

입력

올시즌이 시작되기전만 하더라도 코리안 재팬리거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 이종범과 정민철은 명예회복의 칼을 갈았고, 구대성과 정민태는 역대 최고대우로 일본땅을 밟았다. 여기에 기나긴 부상에서 회복된 조성민까지 가세해 총 5명이 된 코리언 재팬리거는 활약을 펼치기에 충분한 진용을 갖춘것으로 당초 기대받았다.

먼저 주니치 이종범은 일본진출 4년째를 맞으며 이젠 뭔가 이루리라는 기대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간 일본야구에서의 경험도 쌓였고, 스스로의 각오도 결연했다.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역시 이런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해주었다.

정민태의 입단으로 3명으로 늘어난 요미우리 3인방도 당초 한국선수들끼리의 '제 살 깎아먹기'란 비판도 있었으나 최소한 1명정도는 1군에서 제몫을 해주리라 기대받았다. 특히 요미우리는 불펜진이 상당히 불안한 상황이었기에 스토퍼로서 조성민이나 정민태가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처음부터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았던 구대성 역시 입단하자마자 오릭스의 핵심전력으로 인식되며 마무리로 무혈입성했다.

그러나 일본야구가 개막된지 약 두달이 경과한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기대이하'라고밖엔 달리 할말이 없다. 30일 현재 1군에 있는 선수는 구대성과 정민철 단 두명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먼저 1군에서 몇경기 뛰어보지도 못한채 2군에서 세월을 허송하고 있는 이종범은 지난 31일 주니치로부터 웨이버공시를 받았다. 앞으로 1주일동안 이종범은 일본내 다른 구단이나 메이저리그로의 진출을 노리지만 국내복귀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아보인다.

요미우리 조성민과 정민철은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조성민은 팔꿈치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사실상 올시즌이 물건너간 상태다.

정민태 또한 시범경기도중 입은 발목 부상이 좀체로 회복되지 않아 현재 한국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상출전이 올스타전 이후에나 가능할 예상이다. 따라서 이들 투수들의 올시즌은 성적은 고사하고 마운드에 올라오는것 자체가 불투명한 처지다.

1군에 있는 선수들도 그다지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특히 요미우리 정민철은 말그대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비록 지금까진 선발로테이션에 들어있었지만 요미우리의 두터운 선수층을 감안할때 입지가 불안하기 그지없다.

특히 정민철은 최근 2번의 선발등판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피칭을 보인바 있어 앞으로의 경기에 여유가 없다. 하루빨리 확실한 실적을 내지 못한다면 2군추락을 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일단 31일 야쿠르트전 선발이 예상되곤 있지만 이것역시 불확실한 상태다.

오릭스 구대성도 초반 승승장구하던 때와는 달리 요즘 페이스가 주춤하다. 비록 29일 3승째를 거두며 10sp를 따내긴 했지만 투구내용은 아주 불안했다. 구대성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제구력 불안. 이날도 구대성은 안타는 한개도 맞지 않았지만 고질인 사사구가 남발되며(볼넷 4개에 밀어내기 1실점) 경기를 스스로 어렵게 끌고 갔다.

이렇게 컨트롤이 불안하니 벤치의 신뢰를 얻기가 힘든건 당연지사. 이런 이유로 현재 구대성은 오쿠보, 야마사키와 집단마무리를 이루고 있는 탓에 세이브 기회 잡기도 힘들고, 등판간격조절에서도 애를 먹고 있다.

이렇듯 한국의 내노라하는 투수들은 저마다 큰 포부를 가지고 일본열도에 상륙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코리언 재팬리거들의 이런 부진은 현재 펄펄 날고 있는 재팬 메이저리거 이치로, 신조와 오버랩되며 우리에겐 묘한 씁쓸함을 안겨준다. 일본에서의 7년동안 그를 최고로 만들어준 진자타법을 버리고, 한달만에 새 타법을 익혀 메이저를 평정하고 있는 이치로와 같은 철저한 준비가 우리선수들에게 부족했던건 아닌지 못내 아쉽다.

야구는 힘의 게임이 아니라 적응의 게임이란 말을 우리선수들이 다시금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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