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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마이너스행진 언제 멈추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출이 석달째 마이너스 행진을 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다행히 5월 감소율이 전달에 비해 둔화되기는 했지만 플러스로 돌아서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 것으로 전망된다.

5월 수출은 20일까지만 하더라도 지난해 동기 대비 두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으나 하순에 수출이 늘면서 감소폭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5월 하순의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 3분기 중 플러스 반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 4월 수출(1백21억8천만달러)은 연간 흐름상 월별 최저를 기록하게 마련인 1월(1백26억5천만달러)보다 적어 최악이었다" 며 "5월엔 1백36억달러로 회복돼 한숨을 돌렸다" 고 말했다.

하지만 5월에도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가 전년 동월비 41% 감소한 것을 비롯해 컴퓨터(-32%).철강제품(-9%).석유화학제품(-8%) 등도 계속 고전 중이어서 수출이 회복세를 탔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일본 경기 침체에 따른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들 주력 수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진 만큼 미국.일본 경기가 호전되지 않는 한 수출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수출 단가 하락을 물량 확대로 메우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올 들어 다섯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6.5%→4%)를 내리는 등 경기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1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1.3%에 머무르고, 실업률(1월 4.2%→4월 4.5%) 이 상승하는 등 아직 경기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4월 산업생산이 -2.3%를 기록하는 등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이 결과 5월 한국의 미.일 수출은 지난해 5월보다 각각 9% 가량 줄었다. 3월까지 증가세를 이어 왔던 유럽연합(EU)지역 수출이 지난 4월 마이너스(11%)로 돌아선 데 이어 5월에도 9%의 감소세를 보였다.

정작 문제는 당분간 우리 주력 수출품의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3분기에도 수출은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우려가 높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수출의 플러스 반전은 1998~99년 인터넷 붐을 타고 급팽창했던 컴퓨터 시장이 '교체기' 를 맞는 4분기께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컴퓨터 수요가 살아나면 반도체.LCD.브라운관 등 관련제품 수출도 증대되는 동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박사는 "우리 수출의 16%를 차지하는 반도체 가격(64메가D램)이 지난해 한 때 8달러까지 갔다가 요즘엔 1달러대를 맴돌고 있다" 며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수출의 플러스 반전은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생산활동과 직결되는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계속 줄고 있는 것도 우리 경제에 또다른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올 들어 자본재는 1월(0.5%), 원자재는 2월(12.7%)에만 지난해보다 수입이 늘었을 뿐 매달 감소세를 보여 국내 생산과 투자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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