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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富者는 누구인가?(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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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달 1,000억원 이상 자산 증식자 3명

4월30일 종가 기준으로 한 200인의 보유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대체로 늘어난 편이었다. 종합지가지수는 504.62에서 577.36으로, 코스닥지수는 52.58에서 78.97로 적잖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비교해도 거래소는 188조415억원에서 228조7,338억원으로, 코스닥은 29조150억원에서 44조5,883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기간 동안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사람 역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다. 이회장의 시가총액은 지난해말 5,004억원에서 7,220억원으로 자그만치 2,212억원이 늘어 압도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도 1,864억원에서 3,039억원(+1175억원)으로, 엔씨소프트 김택진 회장은 811억원에서 1818억원(+1008)으로 1,000억원 이상씩 늘어 시가총액 상승 2, 3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들은 증권 시세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던 4월 한달동안에만 시가총액이 이건희 회장 664억원(+ 10%), 정몽구 회장은 611억원(+25%)씩 무섭게 늘었다. 그리고 벤처기업인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506억원(+38%),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은 369억원(+62%)이 불어났다.
이와 반대로 줄어든 사람도 없지 않았다.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은 위기에 몰린 회사 사정을 보여주듯 지난해말 755억원에서 올 4월말 현재 550억원으로 204억원이 줄어 시가총액 하락 1위를 기록했다. 그 뒤를 이어 대한유화 최대주주인 이정호씨(197위)는 240억원에서 169억원(-71억원)으로, 4월19일 회사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된 한국기술투자 서갑수 사장(82위)은 361억원에서 291억원(-70억원)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동안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이사(197위), 정몽규 사장(128위) 부자는 각각 59억원, 67억원씩 동시에 줄어들어 하락률 5위와 4위를 기록하는 이채를 띠었다.
지난해 12월 말을 저점으로 1월부터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주가 때문에 4개월 사이에 주식 시가총액 순위도 변동이 심했다.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로 새롭게 등장한 장미디어인터렉티브 장민근 사장(317억원)은 지난해말 647위에서 574계단을 단숨에 치고올라와 4월말 순위는 73위를 기록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상반기 랠리로 벤처기업가들 떼돈 벌어

또 김상훈 동특 전 회장(419억원)은 457위에서 46위로, 김택진 더존디지털웨어 사장(316억원)은 302위에서 75위로, 성완종 대아건설 회장(273억원)은 321위에서 96위로 각각 100위 안에 드는 기쁨을 같이 누렸다. 성완종 회장을 제외한 순위 상승 10걸들은 모두 벤처기업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기간 동안 200위권 밖에서 100위권 안으로 순위가 수직 상승한 사람으로는 247위였던 이네트 박규헌 사장(76·310억원), 207위였던 다음커뮤니케이션 이택경 이사(87위·288억원), 253위였던 테크노세미컴 정지완 사장(98위·270억원) 등이 있다.
반대로 대한유화 최대주주 이정호씨, 현대산업개발 정세영 이사·정몽규 사장 부자는 앞에서 살펴본 대로 시가총액 하락과 함께 순위 또한 100위권에서 밀려났다. 이외에 아즈텍WB 허정우사장(221억원)은 63위에서 137위로, 한진해운 조수호 사장(235억원)은 56위에서 127위로, 쌍용 김석원 회장은 59위에서 129로 각각 밀려났다.

주식 시가총액 200위 안에 든 주식부자들 중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출신 대학별로 따지면 서울대가 42명으로 전체의 5분의 1을 넘었다. 그 뒤로 고려대(26명), 연세대(19명), 한양대(14명), 외국어대·성균관대(각 6명), 인하대(5명) 순으로, 출신자가 2명 이상인 대학은 15개였다. 해외에서 대학을 마친 자산가들도 모두 22명에 이르렀다. 출신 고교 또한 1위인 경기고를 비롯해 5명 이상을 배출한 곳은 모두 7개였다. 하나같이 과거 경쟁입시 시절 서울에서 명문고로 꼽히던 고교라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30, 40대가 절반 가까이 차지

주식 부자 200인을 연령별로 따지면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40대가 63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도 56명으로 엇비슷해, 30∼50대를 합하면 119명으로 60%에 가까웠다. 30대 또한 34명으로 적지않은 숫자였고, 60대 29명, 70대 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0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1916년생으로 85세인 동원 이연 회장(42위·471억원). 81세의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 83세의 남양유업 홍두영 회장(160위·195억원)과 함께 노익장을 과시했다. 반대로 최연소자는 쎄라텍 오상훈 이사의 두 아들인 오민석(20)·주석(24) 형제. 시가총액이 똑같이 235억원씩으로 공동 125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4명의 20대 주식부자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아들 김남호(26세·77위·309억원)씨, 영풍 장형진 회장의 아들 장세준씨, 벤처기업 네오위즈 장병규 이사(122위·238억원),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27위·605억원)의 아들 조현범씨(29세·83위·291억원) 등이었다.
200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 합계는 8조9,054억원으로, 한달 사이에(3월말 종가 6조1,257억원 기준) 2조7,797억원이 늘어났다.

한국 자산가는 ‘우물안 개구리’

우리 기준으로 보면 200위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 모두가 대단한 부호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을 세계적인 부자들과 견주면 우리나라의 주식부자들은 갑자기 초라해지는 느낌이 든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 주식은 53억3,000여만주다. 이를 4월30일 종가(67.75달러)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은 3,614억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당일 기준환율 1,324원)하면 478조5,899억원에 달한다. 같은 날 기준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273조3,221억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 시가총액의 57% 수준이다.
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최대주주는 잘 알려진 대로 빌 게이츠다. 모두 7억3,000여만주(13.7%)를 보유해 미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부자다. 그의 4월30일 종가기준 평가액은 무려 495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5조5,668억원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200인의 주식부자 시가총액 합계(8조9,054억원)의 약 7.3배, 1위인 이건희 회장(7,220억원)의 90.8배에 달하는 액수다. 이것이 우리나라 자산가들의 부인할 수 없는 현주소다.

미니 인터뷰 미디어 에퀴터블(주) 이성혁 사장

왜곡된 기업가치 정확한 평가 위해 시작

무엇이든 첫 시도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얻는 상상력과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실천력을 겸비해야 가능한 일이다. 개인이 보유한 상장·등록 주식 시가총액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업을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한 미디어 에퀴터블(주) 이성혁(31) 사장. 그로부터 그 배경과 의미를 들어봤다.

-이런 사업을 왜 하게 됐나.
“IMF 이후 벤처 붐을 타고 신흥 부자들이 대거 생겨났다. 또 인터넷 주식거래 비율이 세계 1위일 정도로 개미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 두가지 변화에 주목해 1주당 주가만으로 평가해온 왜곡된 기업의 가치를 시가총액을 통해 더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만난 세계적 부자들이 보통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 체계적 분석을 시도한 것이 동기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벤처기업을 해서 성공을 거둔 많은 친구들의 영향이 컸다는 말을 덧붙였다.

-시가총액 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업체 입장에서 새 사업을 구상해 투자를 유치하려면 누가 순자산이 얼마인 지 먼저 파악해야 하지 않겠는가. 개인들도 지금처럼 주가 추세만 보지 말고 시가총액을 통해 기업의 실적과 각종 지표를 파악한 후 투자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시가총액 개인별 순위를 매기는 것은 새 도전자들에게 꿈을 심고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법인 소유 주식에 대한 시가총액 평가 서비스도 올 가을부터 시작한다며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상장·등록 주식만으로 개인자산을 모두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은가.
“그 점은 인정한다. 자산이 거의 주식인 신흥 캐피털리스트는 다르지만 보통 개인자산의 60∼70%밖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비상장 주식은 올 하반기부터, 채권은 내년부터 평가 대상에 넣기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다. 부동산은 데이터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는 또 개미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라면서 “주요 대주주들의 주식변동상황을 우리 사이트에서 그때 그때 확인한다면 주식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귀뜸했다.

-사업인데 수익모델은 있는가.
“충분히 있다. 사이트가 유료이고, 회원 대상 잡지(Equitible)에 광고도 게재한다. 또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DB는 VIP를 대상으로 한 마케터들이 고객을 확보하는 데 활용가치가 높을 것이다.”
이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89학번으로 92년 제36회 행정고시 재경직에 합격한 고시 출신이다. 공무원 생활을 잠깐 했지만 “미래가 빤히 내다보이는 것이 싫어” 곧 그만두고 “리스크도 크지만 잘하면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아버지 이경서 박사(물리학)가 창업한 단암전자통신의 제1 대주주인 그는 부사장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사장은 미 나스닥에 상장시킬 수 있는 기업을 경영해 보는 것이 장래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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