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아름다운 날들' 해피엔딩으로 종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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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을 예측하기 힘든 구성으로 인기를 끌었던 SBS '아름다운 날들(사진) ' (연출 이장수.극본 윤성희) 이 31일 24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연수(최지우) 가 민철(이병헌) 과 선재(류시원) 중 누구를 택할지, 선재의 출생의 비밀이 어떤 식으로 드러날 것인지, 연수와 민철의 결혼 여부, 백혈병에 걸린 연수의 생존 가능성 등으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러다보니 31일 최종회 대본을 30일 오전에 내놓을 정도로 대본 수정이 잦았다. 마지막회 촬영도 30일 밤 늦게야 끝났다. 이런 전략 덕에 평균 시청률은 25% 내외를 기록하며 경쟁 프로였던 MBC '호텔리어' 를 앞섰다.

이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 멜로물이었기 때문이다. 사극과 시트콤의 열풍속에서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이장수PD는 "경쾌한 터치의 시추에이션 드라마와 연속성이 강한 멜로가 붙으면 대개 후자쪽이 성공하기 마련" 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철이 인기를 끌어올린 동력이었다. 말수가 적고, 속으로 아픔을 간직한 채 강력한 흡인력으로 사랑을 얻어가는 이병헌이 모처럼 여성 시청자의 감정선을 자극했다.

이병헌은 촬영 초기에는 "민철의 성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며 불안해 했지만 그의 완벽주의에 따른 엄살이었음을 입증이라도 하듯 '공동경비구역 JSA' 등 영화에 이어 TV에서도 최고의 배우로 자리잡았다.

반면 이병헌에 의한, 이병헌을 위한 '아름다운 날들' 이 되었을지는 몰라도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젊은이들이 치열한 날들을 보내며 결국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희망을 갖게 된다" 는 기획의도는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민철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입체적인 색깔을 보이지 못하고 슬픔과 우울, 경박 등 단편적인 캐릭터로 묘사돼 드라마의 한계로 작용했다.

또 방영 내내 복선을 깔지 않은 채 연수가 덜컥 백혈병에 걸린 것은 물론이고 그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처럼 지나치게 우연성에 의존한 점은 이 드라마의 약점으로 지적할 만하다.

최종회는 일본 골수 은행의 도움으로 수술 받은 연수가 건강을 회복해 민철과 행복한 생활을 꾸리고 선재는 세나의 가수왕 등극과 함께 음반 사업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모두가 화해하는 해피엔딩으로 결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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