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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3가 17만원" 보조금 전쟁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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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9일 서울 용산전자상가 일대 통신사 대리점들이 ‘갤럭시S3 무료’란 광고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다. 주말 사이 이동통신 3사가 갤럭시S3에 보조금을 집중 지원하면서 기기 값이 17만원(온라인 기준)까지 떨어졌다. 오프라인 대리점에서는 한시적으로 20만원대에 판매하기도 했다. [강정현 기자]

‘17만원 대전(大戰)’이었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 주말 동안 삼성전자 갤럭시S3를 앞세워 벌인 가입자 유치 전쟁 얘기다. 이통사들이 갤럭시S3에 보조금을 집중하면서 8, 9일 사이 온라인 기준으로 기기 값이 17만원까지 떨어졌다.

 대전의 시작은 7일이었다. 이동통신 3사가 한두 시간 간격으로 보조금을 쓰기 시작하면서 갤럭시S3 가격이 2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각사가 7만~10만원씩 보조금을 늘리면서 경쟁이 붙은 것이다. 8일엔 가격이 더 떨어져 2년 약정에 6만원대 요금을 쓰면 갤럭시S3를 17만원에 살 수 있게 됐다. 통신사마다 “경쟁사에서 먼저 보조금을 풀면서 경쟁이 촉발됐다”고 주장해 어디서 경쟁이 촉발됐는지는 분분하지만 소비자는 주말 사이 17만원에 갤럭시S3를 살 수 있었다는 점은 일치한다. LG유플러스 역시 주말 동안 보조금이 풀리면서 25만원대에 갤럭시S3가 팔렸다.

 오프라인 매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9일 서울 자양동의 한 대리점에선 갤럭시S3가 공짜였다. 대리점 측이 내놓은 셈법은 이랬다. 갤럭시S3 출고가는 99만원이지만 6만원대 요금제를 쓰면 기기 값이 50만원대가 된다. 하지만 이통사와 제조사 보조금이 늘면서 이 값이 모두 충당됐다. 대리점 측은 “8일 본사 차원에서 지침이 내려와 가격이 떨어졌다. 본사 방침이 바뀌면 당장 내일이라도 다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삼성동의 한 대리점 측도 “주말 사이 보조금이 40만원 넘게 오르면서 60만원대에 거래되던 갤럭시S3가 2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가입자 유치 전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금까진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을 먼저 갖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8월 접어들면서 경쟁은 한풀 꺾였다. 망 투자비와 마케팅비가 늘면서 올해 2분기 실적이 SK텔레콤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LG유플러스는 2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발주자 KT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4%나 떨어졌지만 LTE 시장에서 업계 3위로 밀려나 출혈을 감수한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KT는 지난달부터 데이터 이월요금제를 앞세워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달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가입자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SK텔레콤만 8개월 연속 가입자가 줄고 있는 상황이 되자 ‘보조금’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정이 이렇자 8개월 연속 가입자가 순증한 LG유플러스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 변수도 작용했다. 아이폰이 국내 LTE 주파수를 지원하더라도 음성통화 방식이 다른 LG유플러스는 소외될 수밖에 없어 그 전에 가입자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17만원대 갤럭시S3’가 유통되는 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막고 있는 정부 정책상 이통사들이 치고 빠지는 한시 정책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제조사들도 보조금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은 ‘초특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기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2주 전 갤럭시S3를 구입한 회사원 조모(43)씨는 “출시에 맞춰 제값 주고 제품을 사는 소비자야말로 ‘진성 고객’인데 이들이 손해를 보게 하는 정책이 판치는 와중에 제조사를 믿고 제품을 살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선언·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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