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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기업 코스닥 우회등록 첫 퇴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봇물을 이루던 코스닥 우회등록에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다.

코스닥 기업들이 기업가치를 가늠하기 어려운 장외기업을 인수.합병.주식교환을 통해 우회등록시킬 경우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우회등록을 노리고 유가증권 신고서와 합병신고서를 제출한 코스닥 등록기업인 IHIC(옛 신안화섬).모바일원(옛 사람과기술).태창메텍.중앙소프트웨어에 대해 30일 유가증권신고서 정정명령을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서류를 정정한 뒤 다시 제출하면 심사는 하겠지만 불투명한 우회등록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내부 방침" 이라고 말했다. 코스닥기업의 우회등록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 우회등록이란〓장외기업이 상장 또는 등록기업과의 합병.주식교환을 통해 심사를 거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장.등록되는 효과를 거두는 것을 말한다. 백 도어 리스팅으로 불리는 우회등록에는 보통 3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 꼬리 무는 퇴짜〓모바일원은 코스닥 비등록업체인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의 주주 5백50명을 대상으로 유상증자(주당 1천6백2원)를 실시해 1백45억8천만원을 조달한 뒤, 다시 이 자금으로 노머니케뮤니케이션 주주들의 주식을 1천6백2원에 사들여 사실상 1:1 주식교환을 하겠다는 유상증자 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노머니커뮤니케이션의 주식가치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졌다는 근거가 불투명하다며 정정명령을 내렸다.

태창메텍은 장외기업인 이지클럽과 우회등록을 추진하기로 하고 1:0.73 비율의 합병신고서를 제출했으나 퇴짜를 맞았다.

금감원측은 "피합병회사인 이지클럽의 수익가치를 추정하는 구체적 자료가 미흡했고 회계법인의 합병평가 의견에도 동의하기 힘들다" 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중앙소프트웨어가 비등록 무선 모뎀 전문업체인 큐엠텔을 합병하는 것에도 정정명령을 내렸다.

역시 큐엠텔의 기업가치 평가가 적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화 솔루션 개발업체인 중앙소프트웨어는 지난 14일 큐엠텔과 1:0.2의 비율로 주식을 교환해 합병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사모 방식으로 우회등록을 시도하던 IHIC에도 정정명령을 내려 코스닥에 유행처럼 번지는 우회등록에 제동을 걸었다.

◇ 왜 문제인가〓사업성이 불확실한 코스닥 등록기업이 새로운 자금과 주주를 받아들여 변신에 성공할 경우 우회등록은 기업가치를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장외의 벤처기업도 번거로운 등록절차 없이 사실상 코스닥에 등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증시관계자들은 우회등록 과정에서 부작용이 속출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A증권의 코스닥 전문 애널리스트는 "합병이나 주식교환 과정에서 장외기업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 장외기업 대주주에게 과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특히 코스닥의 부실 업체가 장외의 부실 벤처를 우회등록시킬 경우 동반 부실을 초래하고 갑자기 늘어난 주식물량으로 주가가 급락해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우회등록 봇물〓증시가 바닥에서 벗어나면서 우회등록 시도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벤처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우회등록 소문이 나오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코스닥 등록기업인 서울전자통신이 장외기업인 세양통신에 인수됐다.

세양통신 관계자는 "서울전자통신과 합병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 합병을 통한 코스닥 우회등록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25일에는 아이러브스쿨의 최대주주인 금양이 심스밸리 주식 8%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심스밸리는 금양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러브스쿨 지분 52%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아이러브스쿨을 흡수합병해 우회등록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석 기자 caf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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