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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학의 CEO칼럼] "낮에는 하나, 밤에는 둘로 갈라지는 대나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고추 잠자리와 해바라기가 성큼 청명한 가을을 맞는다. 요 며칠 사이 잠자리들이 낮게 떼지어 날아다니더니, 온 나라가 태풍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원래 벌레와 새들은 기압변화에 민감하여 초여름 저기압 전면에서 남풍이 불면 낮게 떼지어 날아 다니고, 습기 감지 능력이 매우 뛰어난 개미들은 떼지어 안전한 곳으로 집을 옮기거나, 자신의 집 구멍을 막아버린다. 옛 선인들은 이런 자연계의 생태을 보고 폭풍우가 다가오는 것을 예견했다.

수확을 앞둔 배와 사과들이 땅바닥에 나뒹굴고 쓰러진 벼와 밭농사 작물들을 보는 농부들의 한숨 소리가가 하늘을 주저앉힐 듯하다. 농민들의 마음이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을지도 모른다.

신라 31대 신문왕 때 동해에 작은 산 하나가 물결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감은사로 다가오고 있었다. 신문왕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문무대왕(김춘추)의 위업을 기리기 위해 아버지 유언에 따라 동해 감포 앞바다에 수중 왕릉을 만들고, 그 곳이 잘보이는 곳에 신라,백제,고구려인 모두가 화합하는 상징으로 절을 짓고 있었는데, 크게 당황하여 다가가 박숙청이라는 신하를 보내 살펴보도록 했다.

그 신하는 왕에게 "산세는 거북이 머리같고, 그 위에 대나무 하나가 있는데 낮이면 하나, 밤이면 갈라져 둘이 된다" 라고 고했다. 신문왕이 듣고 이상하게 여겨서 점성관에게 점을 쳐보니, "문무왕과 김유신의 덕을 합쳐 신라를 위해 큰 보배를 내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점성관의 말을 듣은 그날 밤, 감은사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신문왕은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바닷가로 달려가보니 깜깜한 바다 저 너머에 둘로 갈라졌던 산이 하나가 되고, 갑자기 파도가 일면서 용이 나타나 옥으로 된 띠를 신문왕에게 전했다. 그러면서 산에 있는 대나무를 가리키며 낮에는 하나가 되고, 밤에는 둘로 갈라지는 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모든 백성이 힘을 합치고 천둥 번개를 잠재우며, 어떤 역경과 고난도 잠재울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
문무왕이 죽어서 된 해룡(海龍)과 김유신(金庾信)이 죽어서 된 천신(天神)이 합심하여 용을 시켜서 보냈다는 대나무로 만든 이 피리가 현재 경주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이다.

태풍으로 민심이 찢겨져 나가고, 불황으로 기업이 망하며,대통령 선거로 국론이 분열되는 이 때, 모든 파도를 가라앉게 만드는 힘이 있는 만파식적의 피리 소리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오동일엽(梧桐一葉:오동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안다)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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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학 기자 kyh6384@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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