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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프리츠커상과 왕슈

중앙일보

입력

건축가가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 Prize)상 이라고 한다. 1979년부터 이 상을 만든 “제이 프리츠커(1922-99)”는 20세기 초 “하이야트 폰 덴”이 설립한 하이야트 호텔 체인을 인수하여 운영하는 미국 최고 갑부인 프리츠커 가문출신이다.

프리츠커상의 2012년도 수상자는 건축가 왕슈(王澍 1963- )로 중국 국적으로는 처음이다. 세계적 건축가 아이 엠 페이(貝聿銘 1917- )가 1983년 이 상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그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페이는 베이징의 샹산(香山)에 소재하는 샹산호텔을 설계하였고 홍콩 중심지에 유리로 둘러싸인 홍콩의 랜드마크 빌딩인 중국은행 건물이 그의 작품이다.

중국 미술학원 건축예술학원 원장인 왕슈는 신장(新疆) 우루무치에서 출생 시안(西安)에서 중?고교를 거쳐 난징 공학원(현 동남대학)의 건축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는 음악가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를 둔 유복한 가정 출신으로 부인도 동료 건축가이다. 왕슈는 도사(道士)처럼 검은 옷을 입기를 좋아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반드시 당시(唐詩)를 읊고 서예로 정신 수양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왕슈의 건축학개론은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다. 그는 중국이 도시화와 함께 옛 건물을 철거하고 유리와 대리석으로 된 국적불명의 건물을 짓는 것에 반대한다. 왕슈는 500여 년 전 이태리 피렌체의 두우모 성당이 서양 건축의 상징이라면 중국에도 자금성이란 중국 건축의 금자탑이 있음을 잊지 않는다.

왕슈의 건축자재도 특이하다. 중국의 옛 기와와 벽돌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건축자재로 활용하는 “전통을 살린 현대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그가 설계한 닝보(寧波) 역사박물관 건물은 프리츠커상의 정신인 견고성(firmitas), 유용성(utilitas) 그리고 아름다움(venustas)을 잘 나타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2008년 12월에 개관한 닝보(寧波)역사 박물관은 서구식 건축 양식에 건축자재는 중국의 고(古)건물의 잔해에서 나온 벽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언뜻 보기에는 폐자재나 폐품의 재활용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전통과 정서가 구석구석 박혀 있는 모습이다.

왕슈의 역사 친화적이며 또한 자연 친화적 건축이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무분별한 도시화로 성장 위주의 중국 건축계에 시사하는 메시지가 크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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