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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디자인보다 기술력 있는 브랜드 선택하는게 좋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8면

‘1만분의 1초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보석으로 치장한 시계 태엽이 돌아가는 환상적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보름달이 그믐달이 되는 과정을 손목 시계 위에 그대로 재현했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시계 홍보 문구다. 보통 사람들이 쉽게 가질 수도 없는 가격이거니와 제조업체가 내세우는 이런 문구들은 한편 공허해 보인다. 별 필요 없는데도 고급 기능을 넣어 가격만 비싸게 만든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문에서 비롯한 공허함이다. 정밀한 시간 측정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컴퓨터가 책임지면 될 일이다. 아무리 환상적인 모습이어도 시계태엽 돌아가는 모습만 하루 종일 들여다 볼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 시계 브랜드는 ‘하이 컴플리케이션’이라는 이름 아래 위와 같은 각종 기능을 탑재한다. 그러고선 ‘최고급 시계’란 이름을 붙여 경쟁적으로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도 그중 하나다. 이 브랜드의 북아시아 담당 사장 줄리앙 르나르(38·사진)와 함께 최근 고급 시계 시장 트렌드를 알아봤다. 이 브랜드가 후원한 상하이국제영화제(SIFF) 행사장에서다.

제 15회 상하이국제영화제(SIFF) 남우주연상 수상자에게 수여된 예거 르쿨트르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씬’.

-일반 소비자들에게 ‘정말 쓸모 있을까’ 싶은 기능으로 가득한 고급 시계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이런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표현한 ‘문페이즈’, 지구 중력과 자기장의 간섭을 줄여 시간 오차를 최대한 없애는 ‘투르비옹’, 동력 장치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여주는 ‘스켈레톤’ 등 최고급 기술을 집약한 시계가 ‘하이 컴플리케이션’이다. 이런 시계를 만드는 게 브랜드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업체가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시도와 도전이 의미 있는 것이다. 이를 테면 2009년 첫선을 보인 ‘히브리스 메카니카 그랑드 소네리’는 26가지 기능이 복합된 세계 최고의 ‘하이 컴플리케이션’으로 공인받았다. 합리적인 가격의 경차를 사는 고객이 있다면 최고급 스포츠카를 즐기는 고객도 있다. 시계도 마찬가지다. 앞선 기술력과 도전에 가치를 두는 시계 고객도 분명히 있다.”

-최고급 시계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고객도 있다.

“실제로 매년 제품 가격이 인상되기도 한다. 단순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고급 시계 브랜드의 최고급 라인과 한정판 상품은 희소성이 있기 때문에 투자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한정판 최고급 시계는 제품 출시 전 선주문을 통해 대부분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오르고 투자 가치 있는 상품이 되는 것이다.”

예거 르쿨트르가 주최한 SIFF 귀빈 파티가 열린 상하이 흥샨(衡山)극장 전경.

-북아시아 사장이 되기 전 유럽과 중동 시장을 담당했었다. 각각의 시장마다 트렌드가 다른가.

“중동 소비자는 큼지막한 시계에 금과 다이아몬드 등 고급 소재로 장식한 시계를 선호한다. 남들이 알아봐주길 바란다. 반면 중국 고객은 날씬한 디자인, 작은 다이얼에 금장 시계를 좋아하는데 투르비옹 등 고급 기능이 들어간 시계도 많이 찾는다. 유럽에선 전통 있는 모델, 우리 브랜드를 예로 들면 1931년 처음 생산돼 지금까지 제작되는 ‘리베르소’ 같은 시계가 인기다.”

-한국에서의 고급 시계 트렌드는 어떤가.

“한국 고객은 아시아에서도 취향이 가장 까다롭다. 시계 디자인 구석구석 꼼꼼하게 따지는 고객이 많다. 디자인은 너무 화려하지 않은, 기품 있고 정제된 것을 원한다. 전체적으로 세련된 분위기의 시계가 한국 고객의 취향이다.”

-5000만원의 예산이 있다면 어떤 시계를 권하겠는가.

“‘듀오미터 컬렉션’이 어떨까. 추천의 첫째 이유는 예거 르쿨트르 시계라서(웃음). 두 번째는 이 시계를 통해 시계를 이해하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배럴(시계 태엽통) 2개를 장착한 시계다. 그래서 용두를 뽑아 시간을 맞출 때도 시계가 멈추지 않고 작동한다. 최근에 한국 드라마(‘신사의 품격’)에서 배우 장동건이 차고 나왔다.”

-시계를 고를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화려한 디자인과 마케팅에 현혹돼 시계를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100% 그 회사의 기술력으로 시계를 만든 브랜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 물론 보통 소비자는 디자인만 아름다우면 그만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브랜드의 시계 공장에서 완성된 제품이 가장 신뢰할 만한 시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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