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67) KT 회장은 5일 서울 서초동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 최고경영자과정(J포럼) 7기 입학식 초청 강사로 나서 “요즘 젊은이들이 느끼는 절망·증오·분노를 스마트 혁명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연 주제는 ‘정보통신기술(ICT)과 한국경제’.
이 회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요즘 젊은이들이 무엇을 느낄까. 이 사회 멋있다? 자유수호 체제가 좋다? 아니다. 현실 비판적”이라며 “현 정치권 능력으론 절대 해결하지 못한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도 기업 현장에 오기 전까지는 젊은이들이 왜 대한민국의 현실에 그렇게 불만이 많고 기성세대 전체를 불신하는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일자리 문제는 빈부 격차와 밀접히 연관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인구의 15%가 빈곤층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현장에서 느끼는 빈부 격차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제대로 된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신규 일자리는 5만 개의 일류 직장과 지극히 재미없거나 봉급이 낮은 나머지 2류 직장으로 나뉜다”며 “젊은이들이 어떻게든 일류 직장을 잡으려고 졸업을 미루고 스펙을 쌓지만 불과 10%만 성공할 뿐 나머지는 80만~150만원의 월급을 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청년 실업 해소 대안으로 ICT 산업 활성화를 거론했다. 그는 “이 산업은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소리 없이 와서 우리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효자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혁명’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1980년대 집 전화 보급, 90년대 이동통신 혁명, 2000년대 초고속인터넷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한국 경제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며 “스마트 혁명이 없었다면 가수 싸이도, 강남스타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유·무선 네트워크와 스마트 기기가 결합하는 스마트 혁명은 무한한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또 스마트 혁명으로 재택근무, 스마트 교육 등이 활성화되면 노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과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 회장은 가상물품(virtual goods)을 거론했다. 전 세계 사람들은 하나에 1달러밖에 안 되는 앱을 거부감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물품 분야는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어 젊은이들이 도전하기 좋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회장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버스정보 앱을 만들고 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이음’이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개팅 서비스로 매년 몇억원씩 벌어들이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례를 들었다. 실제로 스마트폰 도입 이후 벤처기업은 1만 개 이상 늘었다.
이 회장은 스마트 혁명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새로운 세계에서는 도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다행히 한국은 네트워크에 관한 한 세계 최고지만 정부는 통신비 인하만 강조하고 네트워크를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단적으로 현재 세종시 예산 22조원 가운데 정보기술(IT) 예산은 3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 혁명은 기본적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뛰어야 하는 융합(컨버전스)이 기본이기 때문에 동반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