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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텔, 루슨트 최고 340억불 인수합의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통신장비 메이커인 알카텔이 미국 경쟁업체인 루슨트 테크놀로지를 최고 340억달러에 인수키로 합의된 것으로 28일 일제히 보도됐다.

그러나 합병상의 지위 문제와 대륙간 문화 차이, 그리고 루슨트 산하 벨연구소가 미 정보 당국과 밀접하게 연계돼온 점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우려 등이 합병 실현의 장애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와 월 스트리트 저널 유럽판은 이날 업계 소식통들을 인용해 알카텔이 루슨트를 주식인수 방식으로 320억-34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경영진간에 지난 주말 기본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신문들은 대부분의 사항들이 경영진간에 합의됐다면서 양사 주주 총회가 즉각 합의 내용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빠르면 29일(미국시간)중 합병 결정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월 스트리트 저널 유럽판은 양사가 `동등 합병''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알카텔이 루슨트 주식을 거의 프리미엄 없이 인수하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합병될 경우 알카텔 주식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으며 루슨트 주주 역시단기 배당에 영향이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신문들은 분석했다.

또 과거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대륙간 합병을 통해 겪었던 문화적 어려움이 알카텔과 루슨트 짝짓기에도 되풀이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신문들은 이와 관련해 `누가 누구를 흡수하느냐''에 대한 신경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장애는 이번 합병이 미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점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우려라고 신문들은 지적했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에 의해 사실상 창업돼 134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루슨트 산하에 있는 벨연구소가 문제라는 것. 지난 25년 출범한 이 연구소는 전세계 30여개국에 모두 3만여명의 연구 인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그간 미 정보 당국과 암호해독 등 민감한 부문에서 긴밀하게 협업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 의회와 정보 당국은 루슨트가 프랑스 회사로 넘어가는데 민감한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시장 논리에 따라 결국 미측이 합병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루슨트의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관측통들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일본전신전화(NTT)가 미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베리오를 55억달러에 인수하는데도 처음에는 제동이 걸렸으나 결국 승인됐으며도이체텔레콤의 보이스스트림 인수 역시 미 의회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실현됐음을상기시켰다. 시장 논리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알카텔의 루슨트 인수도 예외없이 미해외투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위원회에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폴 오닐 재무장관 등이포함돼있다.

한편 알카텔과 루슨트의 합병이 실현될 경우 40억달러의 경비가 절감될 수 있을것으로 전망됐다. 양사는 합병 후 회사명을 새로 정하며 본사는 미국에 둘 것으로알려졌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프랑스 회사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파리.워싱턴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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