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꺾인 전북 아파트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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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동아·한일아파트는 신혼부부 등에게 첫손가락에 꼽히는 거주지 중 하나다. 규모는 79㎡(24평형)로 소형이지만 1400가구 대단지인 데다 주변에 백화점·대형할인점과 초·중·고 학군이 잘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연중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지역 아파트의 거래 동향을 예민하게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동아·한일아파트 7층의 요즘 호가는 1억5000여만원이다. 지난해 가을의 시세(1억7000만~1억8000만원)보다 2000만~3000만원이 빠졌다. 그나마 거래가 거의 없다.

 공인중개사 K씨(50)는 “지난해에는 한 달에 20~30건씩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손바뀜이 활발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매매가 한 달 1~2건에 그쳐 개점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주변의 다른 아파트들도 약세를 보이긴 마찬가지다. LG자이는 130㎡(40평형)가 2억7000만~2억8000만원으로 봄철(2억9000만~3억원)보다 2000만~3000만원 떨어졌다. 동아아파트는 155㎡(47평형)가 지난해보다 3000만~4000만원이 내린 3억2000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전북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거래량도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은행 전북본부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아파트가격은 지난 5월 하락세로 반전한 뒤 5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주·익산·군산 등 전북도 내의 아파트는 2009년 3월부터 37개월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왔다.

 아파트 거래량의 감소세도 눈에 띈다. 올 상반기 중 도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체 81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상반기의 아파트 평균 거래량은 1만4000여 건을 유지했었다.

 지난해 큰 폭으로 뛰었던 전셋값도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주지역의 경우 지난해 15%가 올랐지만 올 7월 들어 0.1%가 내렸다. 전셋값은 지난해의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아파트 공급물량 증가 등에 영향을 받아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올 1~5월 중 전북도 내의 주택대출은 지난해보다 15.3% 증가했다. 이는 혁신도시 물량 확대와 서부 신시가지 신축세대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북도 내 아파트는 33만2000여 가구로 전체 주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주지역이 14만2500여 가구를 차지한다. 혁신도시 신규 물량 등으로 2014년까지 8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추가로 공급된다.

 노재광 한국은행 전북본부 조사역은 “경기 침체로 주택매입 수요가 줄어드는 데 반해 주택공급 물량은 크게 확대되면서 당분간 아파트 가격은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택 구입자는 투자 목적보다는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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