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물 순매수 2년만에 최고 기록

중앙일보

입력

외국인들의 종합주가지수(코스피200) 선물 순매수량이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올들어 하루 사면 하루 파는 '징검다리식' 단타매매에 전념해왔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적게 팔고 많이 사는 매매패턴으로 돌아서 누적 순매수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전문가들도 외국인들의 선물 시장 접근법이 달라진 것을 일단은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외국인들의 선물 순매매와 지수는 뚜렷한 정비례 관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 외국인 누적 순매수 2년여만에 최고〓종합지수가 480선에서 본격 상승한 지난달 중순 이후 외국인들의 선물 매수세가 본격화됐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25일까지 선물시장에서 32만4천2백77계약을 사고 30만7천8백83계약을 팔아 1만6천4백44계약의 누적 순매수를 보였다.

특히 지난 21일 하룻 동안 사상 8번째인 5천1백계약을 한꺼번에 사들였고 23일 3천1백계약, 24일 2천1백계약을 순매수해 지난 한주동안 1만계약이 넘는 선물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다.

이같은 규모는 지수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던 98년 9월~99년 2월 이후 2년여만에 최고치다.

◇ 외국인 선물 매매는 지수 바로미터〓증권거래소가 28일 외국인 선물 순매수 규모와 종합주가지수 등락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들이 선물에서 누적 순매수를 유지하면 주가지수가 상승했고 반대로 누적 순매도를 보이면 지수는 하락했다.

외국인들은 98년 9월부터 99년 2월까지 종합주가지수가 70% 오른 대세상승기에 사상 최대 규모인 2만7천7백78계약을 누적 순매수했다.

반면 대세하락기인 2000년 1월~5월(1천1백82계약 순매도)과 2000년 7월~2001년 4월(9천7계약 순매도)에는 선물을 파는 데 힘을 쏟았다.

◇ 긍정적 신호지만 양날의 칼 될 수도〓외국인들이 선물 순매수를 늘리는 것은 앞으로 종합주가지수가 오르리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물시장의 외국인들이 현물 시장과는 관계가 없는 투기적 세력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가 상승 기대가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정석투자를 하는 외국인들도 선물을 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주식을 사고 싶지만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주가가 오를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 경우 주가가 많이 뛸 경우 주식에서 거두지 못한 차익을 선물로 만회할 수 있다.

외국인 선물 순매수를 무조건 긍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경계론도 있다.

투기적 세력이 이익실현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낼 경우 선물가격 하락에 따른 프로그램 매도로 지수가 심하게 출렁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선물 간의 가격차를 이용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25일 현재 4천6백40억원으로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증권 김지영 투자정보팀장은 "선물시장의 외국인들은 차익거래 등 현물과 관계있는 거래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 의도적으로 선물지수를 떨어뜨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라며 "매매행태나 규모 측면에서도 아직 부정적인 신호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tigerac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