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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보험 요일제 차보험 가입하신 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정부 주도로 출시한 금융상품이 업계와 소비자의 외면으로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자전거보험이다. 2009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라디오 연설에서 “자전거 이용을 늘리는 것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자전거 도난을 막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자전거보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손해보험회사가 서둘러 자전거보험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 모두 반응은 미미했다. 자전거보험을 출시한 곳은 LIG손해보험·삼성화재 등 5개사에 그쳤다. 중소형사는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아예 출시조차 안 했다. 소비자 반응도 비슷했다. 자전거보험은 자전거 사고로 인한 골절과 사망 등을 보장한다. 이는 일반 상해보험으로도 보상 가능하다. 상해보험에 이미 가입한 경우 추가로 자전거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소비자는 자전거의 파손과 도난 등에 대해서도 보장해 주길 원하지만, 보험업계는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이는 보장 대상에서 뺐다. 국내 자전거 보유 대수가 1억5000여 만 대로 국민 1인당 3대 정도 되지만, 자전거보험 가입 실적은 0.5%에 그친다.

 요일제 자동차보험도 비슷하다. 평일 중 하루를 정해 차를 운행하지 않으면 보험료를 8.7% 깎아주는 보험 상품이다. 에너지 절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감독 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가입 실적이 저조하다. 혜택을 받으려면 가입자가 단말기(운행정보확인장치, OBD)를 따로 돈 주고 설치해야 한다. 보험사 측에서는 손해율 상승과 정비요금 인상 등으로 자동차보험의 원가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 수 있는 요일제 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자동차 일일보험은 보험업계가 실효성을 거론하며 상품 개발에 소극적이다. 이 보험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동차를 단기간 운전하는 중 발생하는 사고를 보상하는 상품이다. 필요한 시점에 바로 가입할 수 있고, 1일 단위로 가입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운전자 바꿔치기 등 도덕적 해이 위험이 커 손해율을 상승시킬 수 있다”며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품을 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체크카드 활성화 방안에 맞춰 카드업계가 내놓은 하이브리드 카드 역시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 카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기능을 결합했다. 신용카드 사용액을 줄이고 계좌에 있는 만큼 쓰는 체크카드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객은 편의성 등의 이유로 하이브리드 카드의 매력을 크게 못 느끼고 있다.

 스쿠터 보험도 7월부터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이용자의 호응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등록·무보험 스쿠터에 대한 경찰 단속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아 이용자들 사이에선 “보험 가입자만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과 소비자를 보호하고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정책적으로 개발을 독려한 금융상품은 대부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탁상행정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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