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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도시’ 익산 달구는 그녀들의 리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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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익산에서 열리는 여자 야구대회는 11월까지 3개월간 열전을 펼친다. 사진은 블랙펄스 대 CMS 간의 개막경기. [사진 익산시]

전국 제1호 ‘여성친화도시’ 전북 익산에서 그녀들의 리그가 시작됐다. 지난 1일 전북 익산시 팔봉동 야구장에는 전국 각지의 여성 야구인들이 모두 모였다. 야구단 유니폼을 갖춰 입은 여성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산뜻했지만 열정과 패기는 웬만한 남자들을 능가했다. 첫 경기로 펼쳐진 블랙펄스(서울)와 CMS(서울)의 게임은 시종일관 불꽃이 튀었다. 담장을 넘어가는 파워풀한 홈런은 없었지만 매회 안타가 터지고 팽팽한 긴장감이 넘쳤다. 잡기 힘든 타구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에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제1회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가 이달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익산에서 열린다. LG전자·익산시·한국여자야구연맹 등이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전국 28개 여자 야구팀 선수 600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다. 경기는 매 주말에 총 55게임이 열린다.

 여자야구 경기는 7회까지만 운영한다. 연장 8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추첨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여자야구는 전국에 32개 팀, 600여 명의 선수가 등록돼 활약하고 있다.

 익산시는 야구대회 개최를 위해 지난해 85억원을 투입해 야구장 2면을 만들고 라커룸 등 시설을 갖췄다. 경기 진행·홍보를 지원하고, 각 실·과와 읍·면·동 부녀회 등이 28개 팀과 자매결연을 해 응원에 나서도록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선수와 임원·가족 등 총 1만여 명이 익산시를 방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숙박·음식료·교통비 등 직접적인 경제파급 효과는 10억~20억원, 부가가치 효과는 1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야구대회를 개최하는 익산시는 2009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여성친화도시를 선포했다. 따뜻한 이미지와 감성적인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해 도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후 전국적으로 30여 개 도시가 여성친화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익산시는 지자체 최초로 ‘여성친화담당관실’을 설치하고, 현재 9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각종 위원회의 여성 비율이 16%에서 33%로 높아 졌다.

 올해부터는 주요 업무계획에 여성친화 컨설팅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여성 전문가들로 구성된 컨설팅그룹은 건축·조경·도시계획·디자인 등 부문을 여성의 시선에서 조언한다. 5000만원 이상의 공사와 3000만원 이상의 용역, 1000만원 이상의 문화행사는 이곳을 거치지 않으면 아예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없다.

 여성 우선 주차장 설치 의무화 조례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 주차장이 30면 이상일 경우 10%를 반드시 여성용 주차장으로 확보해야만 한다. 여성 기업인들에게 상대적으로 문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온 금융기관 출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중기자금도 5% 저리로 지원해준다.

 이한수 익산시장은 “여성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떠났던 가족들이 돌아오고, 도시 경쟁력도 살아난다”며 “여성과 아이들을 배려하는 공간을 곳곳에 만들 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익산의 여성친화 정책 사례

▶주요 사업 여성전문가 컨설팅 의무화
▶여성 우선 주차장 설치 의무화 (30면 이상일 땐 10% 확보)
▶중기자금 저리(5%) 융자
▶공원 유모차 무료 대여
▶여성 농업인 교육, 작업장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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