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서 프랑스 레네 감독 회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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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영화작가의 전형' '가장 위대한 프랑스 영화작가' 로 불리는 알랭 레네(사진.1922~) 의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http://www.cinemathequeseoul.org) 02-3272-8705 이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지난해 말 미국의 천재 감독인 오손 웰스(1916~85) 회고전을 시작으로 국내 영화계에 시네마테크(작가별.주제별 예술영화 상영 및 교육)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서울시네마테크(대표위원 임재철) 의 네번째 기획전이다.

레네의 초기 중편인 '밤과 안개' (55년) 부터 후기작인 '노 스모킹' (93년) 까지 열두 편을 상영한다.

레네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레네와 함께 영화 이미지는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가 됐다" 고 언급할 정도로 과거와 현재, 허구와 실재, 그리고 개인의 기억과 역사의 본질에 천착했던 감독. 다큐멘터리부터 전위영화에 이르기까지 양식적 실험도 부단하게 펼쳐왔다.

임대표는 "그동안 레네는 일반인에게 난해한 감독으로 비춰져온 게 사실" 이라며 "하지만 여러 작품을 비교해 보면 시간.기억이란 추상적 문제를 다루면서도 걸출한 정치영화를 만들었던 레네의 특성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끔찍했던 과거를 현재의 평화로운 풍경과 교차하며 역사의 책임을 질문한 '밤과 안개' 부터 그의 독특한 색깔이 엿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장편 데뷔작 '히로시마 내 사랑' (59년) 도 마찬가지다.

평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고 히로시마에 온 프랑스 여배우가 잠시 일본인 건축가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 그리고 그녀가 전쟁 중에 죽은 독일인 연인을 떠올리는 장면 등이 맞물리면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진다.

또 한때 서로 사랑했으면서도 전혀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 남녀의 문제를 다룬 '지난해 마리앵바드에서' (61년) 와 '뮤리엘' (63년) , 일순의 상황 변화에 따라 등장인물의 앞날이 다양하게 바뀌는 연작 코미디인 '스모킹' '노 스모킹' 등이 상영된다. 그에 관한 글과 인터뷰를 묶은 단행본도 회고전에 맞춰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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