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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도 막은 한반도 척추 백두대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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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틀 전 전남 완도에 상륙했던 14호 태풍 덴빈은 육지에 올라서는 백두대간 줄기인 소백산맥에 가로막혀 북상하지 못했다. 대신 백두대간 벽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해 당일 자정 무렵 동해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10년 전인 2002년 8월 말 태풍 루사 역시 남해안에 상륙했지만 백두대간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강릉에 하루 870.5㎜의 폭우가 내린 반면 백두대간 너머 내륙 쪽인 홍천의 강수량이 62.5㎜에 그친 이유다.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개울 하나 건너지 않고 이어지는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은 한반도 지형의 근간을 이루는 척추다. 이뿐만 아니라 기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여름 극심한 폭염도 백두대간 탓이 컸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푄현상’ 때문에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고온건조해졌다. 푄현상은 습기 있는 바람이 산맥을 넘으면서 덥고 건조해지는 걸 말한다. 강원 영동은 선선했지만 영서 쪽은 더위에 시달렸다. 겨울에는 차가운 북서풍을 막아주는 덕분에 영동지방이 따뜻하다.

 4월 초 이동성고기압에서 생긴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을 무렵이면 동해안의 양양과 간성 주민들은 긴장한다. 양양과 간성 사이에서 부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이 워낙 강풍이어서 작은 불씨라도 있으면 큰 산불로 번지기 때문이다. 주말엔 비 소식이 없어 나들이에 불편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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