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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공공장소 마스크가 불쾌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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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얼굴은 한 사람의 인격을 대표한다. 얼굴에는 성격, 감정 그리고 연륜 등이 녹아 있다. 얼굴은 인체의 위쪽 전면에 위치해 저마다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을 구별해내기가 쉽다. 따라서 여권이나 주민등록증 등의 각종 증명서에서도 개인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얼굴 사진이 주로 이용된다.

 우리는 얼굴을 보고 여러 가지를 판단한다. 남자인가 여자인가, 나이는 얼마 정도인가, 아는 사람인가, 호감이 가는 사람인가…. 필자는 얼굴의 심미성을 추구하는 치과의사다. 주요 연구 분야가 ‘미소(smile)’라 얼굴의 심미성에 관심이 많다. 사람이 많은 곳을 지날 때는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아름다운 미소를 분석하느라 두 눈과 머리가 바삐 돌아간다.

 그런데 최근 길거리를 다니다 질겁하고 놀랄 일이 자주 일어난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 때문이다. 입과 코를 가리는 것만이 아니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마스크 말이다.

 이런 마스크가 나타난 것은 5~6년 전쯤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등산길이나 산책길에서 간혹 볼 수 있었던 마스크가 이제는 도심으로 침범해 들어와 길거리는 물론이고 버스 안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을 보면 강도나 도둑을 연상하게 된다.

미국 LA 지역 한 골프장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골프를 하던 한국 교민이 골프장에서 퇴장당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공장소에서는 다른 곳은 다 가려도 최소한 얼굴은 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얼굴을 보이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다.

 지난해 프랑스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얼굴 가리는 것을 금지하는 ‘부르카 금지법’이 제정됐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다수 국민의 시각적인 행복추구권과 대외적인 한국인의 이미지 실추를 방지하기 위해 ‘마스크 금지법’을 제정해야 하지 않을까?

동진근 원광대 교수·치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