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노파 선구 곽인식 유작전 열려

중앙일보

입력

1960~70년대 일본 화단을 풍미한 미술사조는 모노파(物派) 다.

재료의 물성,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중점을 둔 모노파의 선구자로 꼽히는 인물이 재일작가 곽인식(1919~88) 씨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다음달 17일까지 열리고 있는 '모노(物) 와 빛의 작가 곽인식' 전은 198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회고전 이후 13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유작전. 미공개작 40점을 포함, 모두 1백여점을 전시 중이다.

시대별로는 '고향, 1950년대' 등 50년대까지의 유화작업과 5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까지의 모노 작업, 그리고 일본전통 종이에 수묵과 수채의 점들을 중첩시킨 70년대 이후 '빛'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곽인식은 37년에 18세의 나이로 일본에 건너가 41년 도쿄의 일본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현지에서 활동했다.

그는 초기 작업에서 사물의 표면과 내면의 물질성이 결국 동일하다는 것을 나타내 모노파의 태동을 알렸다. 이미 존재하는 물질에 최소한의 행위를 가함으로써 사물의 물질성을 고찰하고 표면과 이면의 문제를 파고든 것이다.

후기의 평면작업에서는 색점들을 화면에 찍었다기보다는 '놓음' 으로써 점들의 중첩을 통해 추상화된 사물의 공간성을 제시하고 그것을 빛으로 가득한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그는 발레리나인 일본인 부인의 소련 방문과 자신이 조총련계 잡지에 삽화를 그려준 일 때문에 국내에서 제때에 조명을 받지 못했었다.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대표는 "이번 전시가 재일작가라는 한계를 뛰어 넘어 한국현대미술사라는 흐름 속에서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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