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안개 중년들 대리만족 놀랐어요"

중앙일보

입력

순수한 20대 여성과의 만남을 통해 자아를 되찾는 40대 유부남의 이야기로 불륜 논란을 일으켰던 KBS2 주말극 '푸른안개' 가 27일 막을 내린다.

주인공 윤성재(이경영) 는 부인 노경주(김미숙) 와 이혼하지는 않지만 서점을 차려 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이신우(이요원) 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미국에서 돌아온다. 3년이 흐른 뒤 성재와 신우는 처음 만났던 시골길에서 각자 차를 타고 가다 스치듯 마주친다는 게 결말이다.

다음은 이금림(53.여.사진) 작가와의 일문일답.

- 후반부로 가니 젊은 여자와의 불륜을 자아찾기로 미화한 느낌을 준다.
"신우를 돌려보내야지, 신우를 만난 건 내 삶을 되찾게 한 축복이었어, 라는 생각이 이성이라면 둘 다 망하더라도 이 아이랑 살고 싶다는 마음이 바로 감성이다. 이성과 감성이 공존하는 한 인간의 심리로 봐줬으면 좋겠다. "

- 꼭 그런 사랑으로만 자아찾기가 가능한가.
"멜로 드라마로 설정했으니까 사랑 얘기를 뺄 수는 없었다. 멜로를 바탕으로 한 남자의 쓸쓸한 추락을 그리려 했다.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는 추락하지만 눈에 안 보이는 부분에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인생 찾기의 드라마 말이다. "

- 후반부에 신우가 성재를 떠나는 계기가 작위적이란 비판도 있는데.
"신우는 자기 아버지를 버린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는 한편 죽은 아버지에 극도로 집착하는 인물이다. 드라마 내내 이 복선을 깔았다. 신우가 성재의 딸을 보고 자기 모습을 떠올리며 충격을 받는다는 설정도 무리는 아니었다. 억지스럽게 보였다면 드라마를 풀어가는 작가의 기술이 부족했던 것 같다. "

- 항상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하는게 현실이다.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고 애썼다. 그런데 아무래도 주인공이 남자다 보니 남자들 편을 든 것처럼 비쳤나 보다. 한국 드라마 작가들 대다수가 여자다 보니 여자 취향의 드라마가 많았다. 그런 현실에서 모처럼 남자들 이야기가 나오니 남자들이 뜨겁게 반응하지 않았을까. "

- 주위의 평가는.
"드라마를 보고 의견을 말해주는 50대 남자 평론가들이 있다. 어제 방영분에 이혼 법정에 나가기 전 성재가 싫다는데도 굳이 넥타이를 매주는 장면이 나왔는데 '정실의 마지막 심술이다. 서울역의 노숙자가 되더라도 윤성재는 물러서면 안 된다' 는 말을 하더라. '이 땅의 남편들이 그렇게 억압받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

- '은실이' 등 이전 드라마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얘기를 풀어냈었는데.
"대본을 쓰는 동안 너무 행복했다. 연출자나 연기자들이 대본의 1백50%를 소화해 줬다. 40~50대들이 지독한 사랑에 빠져 추락하게 되는 얘기가 현실에서도 무척 많다. 꼭 한 번 다뤄보고 싶었던 소재였다. 남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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