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품은 도시, 재즈에 취하고 록에 빠지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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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 여름 페스티벌의 퀸은 뭐니뭐니해도 세라 맥라클란이었다.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 노래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밤의 색깔은 더 낭만적으로 짙어져만 갔다.

캐나다는 처음이다. 캐나다에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여행 계획을 짤 때마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곤 했다. 아마 캐나다에 대해 갖고 있는 모종의 선입견이 작용했을 것이다. 아름답고 광활한 자연 속에서 어이없을 정도로 낮은 인구밀도로 살고 있는 사람은 모두 한없이 건실할 것 같은 느낌. 난 캐나다를 ‘착한 미국’ 혹은 ‘조금 더 심심한 미국’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 자연히 더 뜨겁고 어둡고 에너지 넘치는 여행지를 찾아다니다 이제야 캐나다에 첫발을 딛게 된 거겠지.

1675년에 문을 연 ‘캐네디언들의 오래된 집(Aux Anciens Canadiens)’이라는 이름의 퀘벡 전통 식당 앞. 온갖 야생동물을 주재료로 한 추천 메뉴들은 충분히 야생적이었고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번에 여행한 곳은 캐나다 중에서도 퀘벡주의 두 도시, 몬트리올과 퀘벡이다(퀘벡주와의 혼동을 막기 위해 퀘벡시라고 부르기로 하자). 중·고교 시절 배웠듯이 영어권인 북미에서 독립적인 섬처럼 프랑스어를 쓰는 지역이다. 모든 표지판과 광고 등엔 프랑스어와 영어를 병기한다. 무척 불편할 것 같지만, 다들 잘살고 있다. 2개 국어 이상을 구사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외국인을 만나면 영어가 편한지 프랑스어가 편한지 묻는다. 하나, 기본적인 ‘모국어(First Language)’는 프랑스어이고 영어는 어디까지나 ‘제1외국어(Second Language)’의 느낌이다. 몬트리올에서 프랑스어 대 영어의 사용 비중이 8대 2 정도로 느껴졌다면 퀘벡시에선 9대 1 정도로 더욱 압도적인 프랑스어권의 형국이었다.

내가 처음 방문한 도시는 몬트리올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기간(6월 28일~7월 7일)이었다. 숙소는 페스티벌의 야외행사가 열리는 심장부의 대형 호텔이었다. 늦은 밤 호텔에 도착하자, 불과 몇 분 전 전기 오류로 화재경보가 울리는 바람에 모든 투숙객이 호텔 앞에 비상 대피해 있었다. 캐나다 여행이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짐을 맡기고 자의반 타의반 심야 야외공연을 보러 거리로 나섰다. 도심 한복판에서 포르투갈 국민음악인 파두(Fado) 아티스트가 군중 앞에서 멋진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모두 적당히 유쾌하고 부드럽게 음악에 취한 느낌이었다. 열광적인 한국 관객들에 비하면 조금 뜨끈미지근해 보이기도 하지만 도시 전체가 음악을 끌어안은 모습이 무척 여유 있어 보였다.

사실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독보적이었다고 얘기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제는 한국의 재즈페스티벌도 워낙 많이 성장해서 훌륭한 아티스트가 수시로 내한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퀘벡시의 여름 페스티벌에서 굉장한 출연진을 만나게 됐다. 퀘벡 여름 페스티벌은 알고 보니 북미 최대의 음악페스티벌이었고, 나는 부랴부랴 체류를 사흘 연장하면서 다채로운 음악공연을 만끽했다. 캐나다 여행 전체에 걸친 또 하나의 동반자는 멋진 음악이었던 셈이다.

글=이적(대중음악가)
사진=이병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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