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확대경] 이향원 '떠돌이 검둥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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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개 한마리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자신이 키우던 개의 죽음을 한번쯤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개를 잘 길들여 아침마다 신문을 물고 오게 하는 꿈도 종종 꿔봤을 것이다. 유년 시절의 추억과 얽혀 있는 만큼 개 이야기는 시대를 불문하고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호소력이 있다. 이향원의 『떠돌이 검둥이』 1~3권(산하.각권 6천5백원) 이 그런 만화다.

충성스런 개 검둥이가 주인과 나누는 우정이 각 권마다 펼쳐진다. 버림받아 떠돌던 검둥이를 거둬들이는 노인이 검둥이의 첫 주인이 된다.

검둥이는 노인을 그림자처럼 보필한다. 입에 예금통장을 물려주면 은행에 저금하러 가고, 목록을 적어주면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도 본다. 검둥이와 노인은 서로 생물학적 종(種) 만 다를 뿐 한 핏줄이나 다름없다.

갑작스런 발작으로 노인이 죽고 동네의 불량배가 노인이 평생 모은 1억원이 든 예금통장을 훔쳐가지만, 검둥이의 기지와 충정으로 결국 찾아낸다는 등의 에피소드가 감동적이다.

'교육적' 인 만화를 찾느라 부산한 학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지만, 자극적인 것에 워낙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이 '선량한' 얘기가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이향원은 1980년대 『이겨라 벤』『파이팅!

꼭지』『불타는 링』등을 발표해 인기를 누리던 작가다. 『떠돌이 검둥이』는 과거에 출간했던 작품을 재간한 것. 이향원의 만화를 보고 자란 지금의 30대에게는 검둥이뿐 아니라 그의 작품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줄무늬 티셔츠의 소녀 꼭지가 무척 반가울 법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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