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측과는 달라"… 태풍 '볼라벤' 진로 조작 의혹 제기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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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29일 소멸한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진로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30일 "태풍 '볼라벤'이 서해 상에서 실제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놓고 기상 전문가 사이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난 28일 서해에서 북상 중이던 태풍 볼라벤의 진로에 대해 한국 기상청이 세계 다른 기상 기관들과는 다른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볼라벤이 지나간 뒤 한국 기상청은 "28일 오전 9시, 오후 3시, 그리고 오후 9시 볼라벤의 위치(태풍의 중심)가 각각 경도 125.6도 상에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미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와 일본기상청(JMA) 발표와 경도 0.8~1.1도(약 90~120㎞)의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기상 전문가의 말을 빌려 "태풍 진로에 대한 예보는 나라마다 차이가 클 수 있지만 태풍이 지나간 뒤에 발표하는 실제 진로가 경도 1도씩이나 차이 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기상청이 고의로 볼라벤의 중심 위치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기상전문가는 "태풍 예보와 실제 진로를 맞추려는 과도한 부담감이 작용해 당초 틀린 예보를 끝까지 고수하면서 이런 사태가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태풍의 중심이 실제로 어느 곳에 있었는지는 WMO 태풍위원회에서 관련 국가들이 모여 최선의 경로(best track)를 결정한다"면서 "그 이전까지는 어느 기관의 발표 내용이 가장 정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서해 상에는 관측 장비가 거의 없기 때문에 태풍의 중심 위치를 결정할 때 오차가 발생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기상청이 볼라벤의 진로를 고의로 조작해서 발표했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 1987년 7월 태풍 '셀마'가 남해안에 상륙했을 때 예보 내용에 맞춰 "대한해협으로 빠져나갔다"고 진로를 조작해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사건으로 기상청 주요 간부들이 징계를 받거나 물러났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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